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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증명할 수 있는건 ‘기술’이었죠”
[전문대학출신CEO6] 이창태 태진하이텍 대표
“첫 직장에 입사 후 1년쯤 지나서 후배가 들어왔어요. 아는 게 없어서 제가 많이 가르쳤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후배가 제 상사로 승진했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요. ‘내가 2년 공부할 때 넌 4년 공부했으니깐 보답을 받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넘겼습니다. 그러고는 저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기술 습득에 매달렸습니다.”

이창태 태진하이텍 대표<사진>는 198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사정 때문에 4년제 대학 대신 당시 과학기술처 산하 기관이던 KIMM(경기공업대학 전신)의 설계과에 입학했다.

“학위를 주지는 않았지만 당시 KIMM처럼 최신장비를 갖추고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학비도 저렴했고요. 20년이 지난 후 다시 경기공업대학으로 돌아가 학위를 딴 이유도 KIMM에서 배운 커리큘럼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KIMM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갔는데, 자신의 능력보다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승진의 중요한 요건이 되더라고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대표는 입사 1년 7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공인 설계와는 다른 제조업에 취업한다. 남들과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설계뿐만 아니라 설계도면을 보는 제작자의 관점을 배우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직장은 급여도 형편없어서 주위 사람들과 아내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자신감이 생긴 이 대표는 1992년 친구와 함께 설계사무소를 열고 기세를 몰아 이듬해에는 일반 스위치나 마이크로스위치 등을 제작하는 제조업 회사로 법인등록을 한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작업의 난이도나 수익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납품을 받다가 많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도산한다.

2003년 바다이야기나 파라다이스 같은 게임이 유행하면서 상품권 배출기나 코인을 세주는 기계 등의 수요가 높아지자 이 대표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 이 대표는 기존 문제점을 모두 보완한 제품을 내놓아 재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2006년 게임기 산업의 몰락과 함께 다시 실패를 맛본다.

“첫 번째 실패가 무리한 가격경쟁과 경험 미숙이었다면 두 번째 실패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부터 다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차단기 부품과 컴프레서 스위치 등에만 집중하기로 했죠.”

이 대표는 다시 바닥부터 시작했고, 불량률이 10% 이상이던 차단기 부품을 불량률 1% 이하로 낮춰서 납품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재기의 기지개를 켰다. 그 결과, 대기업 냉장고에 들어가는 컴프레서(냉매가스를 압축해 동력을 만드는 부품) 스위치를 납품하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008년 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14억원으로 껑충 올랐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억원으로 잡았지만 벌써 2월까지 4억원 이상의 실적을 거둬 목표 수익은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제가 전문기술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올라오지 못했을 겁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그동안 익힌 전문기술들이 언제나 저를 구렁텅이에서 밀어 올려줬습니다. 돈도 사업체도 공장도 모두 없어졌지만 제가 갖고 있는 전문기술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자신 있는 기계설계 기술 덕분인 거죠.”

이 대표는 전문대학 후배들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돈에 휘둘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돈을 잃기도 하고 벌기도 했지만 기술은 끝까지 남아 있잖아요. 지금 10만~20만원 덜 벌더라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어떤 기술이 나에게 계속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처음에 저를 전문대학 출신이라고 혹은 학위도 없다고 말하던 사람들도 결국은 기술 때문에 저를 찾아오게 됩니다. 전문대학 후배들에게도 현재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그런 것들을 잘 고려해서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차별화된 기술력’은 전문기술인들의 마지막이자 끝입니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 | 입력 : 11-03-06 오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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