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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교수 파면, 도제식 교육에 경종
“폭력 안된다” 상징적 사건 자리매김
제자 상습폭행 의혹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던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에 대해 서울대 교육공무원일반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지난달 28일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파면을 결정,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예술계의 ‘도제식 교육’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 주장 신빙성”=서울대 징계위는 지난달 28일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를 파면 결정했다. 박명진 부총장과 김홍종 교무처장 등으로 구성된 징계위는 이날 김 교수의 폭행과 금품수수, 수업일수 허위 기재 의혹 등에 대해 회의를 거쳤고, 전격적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가 파면된 이유는 성실·청렴·품위유지 규정 위반이었다. △지도학생들에 대한 상습적이고 심각한 폭력 △수업부실 등 직무태만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수수 △티켓 강매와 여름캠프 참가 강요 등 그동안 김 교수에게 제기됐던 대부분 비위가 모두 적용됐다는 뜻이다. 비위내용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동법 61조(청렴의무), 동법 제63조(품위유지의무) 규정 등이다.

가장 주요한 판단의 근거는 “학생들의 주장”이었다. 징계위는 이에 대해 “회의를 열어 김인혜 교수와 법률대리인의 해명을 충분히 청취한 뒤 엄숙하고 진지한 숙의과정을 거쳐 교수직 파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위의혹에 대해 징계위원회는 김 교수와 변호사의 진술을 청취하고 해당 피해 학생들의 자필 진술서를 면밀히 검토했다”면서 “비위의혹 내용에 대한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파면 결정은 징계수위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첫 회의 반나절 만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서울대 역사상 유례 없는 일로 꼽힌다. 지난 2006년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조작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렀던 황우석 교수의 파면 결정도 2개월 동안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결정된 바 있다. 현재 유부녀와의 불륜으로 징계위에 회부된 음대 K교수 사건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여러 차례 징계위가 열리고 있으나 결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 교수 대응이 화 키웠다=강력하면서도 신속한 판단이 내려진 배경에는 김 교수의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라는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제자 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항변을 했는데, 이런 일들이 되레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수업 도중 배와 등을 때리고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등의 일에 대해 “나도 그렇게 배웠다. 폭행이 아니다”라고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는데, 비난 여론은 더욱 확대됐다. 도제식 교육을 ‘폭행’으로 폄훼하면서 빚어진 오해라고 말한 김 교수는 “성격이 다혈질인 데다 과격하다 보니 학생을 가르칠 때 배나 등을 때리고 머리를 흔드는 게 셀 수 없지만 폭행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자신의 대학 시절 지도교수에게 혼이 나 울었던 기억들을 거론하며 “도제식 훈육은 성악에 필수며 그런 게 당연하다고 배워 왔고 또 그렇게 가르쳐 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이러한 언행 때문에 그동안 쉬쉬했던 도제식 교육에 대한 불만은 홍수처럼 터져 나왔고, 동료교수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가 초례됐다. 같은 과의 박미혜 교수는 “도제식 교육을 운운한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도제식 교육이라는 말 속에는 교수에게 절대복종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권력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대단히 잘못된 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교수가 교육을 올바로 했더라면 때렸더라도 학생들의 원성을 샀겠느냐. 물론 유별난 학생, 불손한 학생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몇 년 동안 계속되다가 이번처럼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행태를 도제식 교육이라 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과의 서혜연 교수는 김 교수가 ‘나 역시 그렇게 배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지도교수님인 故 이정희 교수님을 모욕하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김 교수의 인터뷰가 나간 후 ‘이 교수님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동문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왔다”고 밝히고, “도제식 교육이라는 게 일대일 레슨을 뜻하는 것인데, 전수 받기 위해 폭력적인 행위나 폭언이 허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암묵적 도제식 교육에 경종=한편, 지난달 28일 파면 결정을 받은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는 즉각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법률대변인은 김 교수에 대한 의혹들이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서울대가 이를 결정했다 보고, 특히 김 교수의 의혹에 대한 소명과 70장에 달하는 소명서 역시 서울대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 “사법기관에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법정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교수의 법률대변인이 제기한 의혹, 서울대의 전격적인 김 교수 파면 과정 등에 비춰볼 때, 이번 결정은 서울대가 ‘제자 폭행’이라는 사안에 대해 그만큼 단호한 뜻을 내비췄다는 분석이다. 제자폭행을 이유로 교수를 파면한 것은 개교 이래 김 교수가 처음인 데다가 물적 증거 없이 ‘학생들의 증언의 일관성’을 이유로 내건 까닭에, 이를 두고 일부에선 “시범 케이스로 강력한 징계를 받은 게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대는 이를 항변하듯, 징계위 결정 직후인 지난 3일 “학생 등 교내 구성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인권위원회(가칭, 이하 인권위)’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표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만으로는 학생 전체 인권 문제를 모두 담기 어려워 인권위를 설치, 체벌과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비롯해 외국인·장애인 등 학내 구성원 모두의 인권 문제 등을 다룬다는 방침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김 교수 사태와 관련 최근 성명을 통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학내 구성원과 논의를 통해 교내 인권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단순한 제자 폭행에서 파면 결정까지 이르는 전반적인 모습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김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암묵적으로 가해졌던 ‘제자 폭행’에 대한 사회의 경종을 울렸다는 면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실제로 사건 직후 고려대 의과대학 전 조교가 폭행과 폭언, 개인 연구비 착복, 부당한 노동력 착취 등을 이유로 대학원 재학 당시 지도교수를 고소한 사건은 ‘도제식 교육’ 이면의 교수 비리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음대 뿐 아니라 체육대학을 비롯한 예체능계에서 자행되던 암묵적인 제자폭행 등은 향후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1-03-04 오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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