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위원 ‘궐위’ 상태가 계속돼 정상화를 추진 중인 대학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분위가 잇따라 종전이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다. 위원 궐위 상태로 대학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대학가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등에 따르면, 현재 사분위 소위는 위원이었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의 사퇴로 인해 1명이 궐위된 채 열리고 있다. 과반수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되지는 않지만, 사분위 결정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대학들은 “빨리 후임 위원을 임명해 사분위 결정에 완결성을 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계속 문제시된 사분위의 편향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2기 사분위원 중 유일한 진보 성향이었던 이장희 교수의 중도사퇴로 대학 정상화 문제가 보수 일색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단순히 위원 1명이 사퇴한 것으로 치부하기엔 ‘진보 쿼터’ 공백의 상징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덕성여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말 성명을 내고 “위원 1명이 궐위된 사분위의 결정은 그 결정 자체가 부정될 수 있는 심각한 결격 사유”라며 “다수결 원칙에 따르면 별 문제될 게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당수 이해관계인 입장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분위 결정 자체가 민주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전이사 복귀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지대도 사분위 내에서 구재단 복귀에 반대 목소리를 낼 위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병섭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적 문제가 되는 중대한 하자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야당 의원 추천 몫이 없는 상태에서 사분위가 진행되는 것은 정치적·도덕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장희 교수 궐위에 대한 후임은 여태껏 임명되지 않은 데 반해 그보다 늦게 임기 만료된 고영주 위원의 후임인 강훈 위원은 곧바로 위촉된 점이 의혹을 자아냈다. 정상화를 추진 중인 한 대학 관계자는 “교과부가 이 교수의 사표를 처리해주지 않아 후임 위원이 위촉 안 되는 것으로 들었다. 이상한 처사”라고 말했다.
사분위원 위촉·관리는 교과부에 원천적 책임이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후임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덕성여대 측은 “교과부가 궐위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며 “사분위원 궐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며, 그렇지 못했을 경우 사분위는 어떤 공식적 결정도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이 교수는 국회 의장 추천 인사라 그쪽에 후임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추천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대통령 추천 인사인 강훈 위원의 경우 추천이 빨리 이뤄져 먼저 임명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본인 사퇴와 임기 만료의 후임 인사가 다르게 적용되거나, 이념 성향을 따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도 했다.
위원 궐위 상태로 사분위가 진행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분위의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일정 자체가 매우 타이트하다”며 “위원을 다 채울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하루빨리 교육계 인사로 후임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 사분위가 대부분 법조계 등 비(非)교육계 인사로 구성돼 정작 대학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정상화 절차를 진행 중인 동덕여대 유극렬 교수협의회장은 “이장희 교수는 사분위 내에서 학교측 입장을 많이 반영해줬다. 성향을 떠나 학교측 인사가 충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지대 박병섭 전 위원장도 “교육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을 진보와 보수, 이념의 문제로 보는 게 문제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상화 추진 중인 한 대학 관계자는 “이 교수 1명이 사분위 결정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돌아가는 내부 분위기를 전혀 알 수 없어 아쉽다”며 “해당 대학들의 요구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도 이에 공감해 내주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에서 이 교수의 후임 인사를 확정지을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봉구·송아영 기자 paper81·songay@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