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교육 기능 추가 법률안이 통과되며 일각에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유치 경쟁이 벌어진 미묘한 시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KAIST·광주과기원(GIST)·울산과기대(UNIST) 등 기존 국책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은 과학벨트 논란을 일축했다.
17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논란은 한때 좌초설까지 나돌았던 DGIST가 경영 부실을 극복하면서 제기됐다. MB 정권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았냐는 것. 과학벨트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최근 DGIST의 교육 기능 추가까지 확정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실제로 DGIST는 안정적 재원 확보로 사업 운영 전반을 정상 궤도로 올려놔 기존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최근까지 DGIST 원장을 맡았던 이인선 전 원장 시절 정부 출연금을 2007년 340억 원에서 지난해 1164억 원까지 끌어올렸고 일반 사업비도 20배 넘게 확대했다.
DGIST가 현 정권 하에서 급성장한 데 대해 한 지방대 교수는 “전 정권 시절 운영 부실 얘기까지 나왔던 DGIST가 현 정권 들어 재정이 안정되지 않았느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이를 과학벨트 유치에 활용하는 지자체다. DGIST 강화가 과학벨트의 영남권 유치에 힘을 실어준다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의 당사자인 기존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은 이를 부인했다. DGIST의 교육 기능 추가는 과학벨트 논란이 있기 전부터 추진된 것으로, 지역간 과학벨트 유치 경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 규모에 걸맞게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과학기술 인력풀(pool)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GIST 이관행 학장은 “DGIST 교육 기능 추가는 지금 과학벨트 유치 논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 인력 육성의 문호가 넓어진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KAIST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도 “대학을 키우려면 연구와 교육 기능이 같이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KAIST 같은 대학을 만드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DGIST가 대학원생을 선발하고 있었던 데다 법률안 통과가 예견된 상황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UNIST 장부찬 기획국제교류팀장은 “과학벨트와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다. 시기상 논란이 일었겠지만 이 내용은 예전부터 나온 것”이라며 “과학기술 인력 양성 측면에서 경쟁보다는 협력 관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AIST·GIST·UNIST·DGIST는 4개 대학 교수들이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 특성화 방안 TF팀을 꾸려 공동행보를 취하고 있다. 정부가 출연해 지원하는 이들 대학을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재정적 발전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달 말까지 전체 계획의 틀을 잡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특성화 방안에는 개별 대학간 중복기능을 줄이고 연구·교육 분야 특성화와 세부 기능 차별화 등의 조정 내용이 포함됐다. 각 대학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도 고려해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인력 양성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다양성과 균형을 강조하기도 했다. GIST 이관행 학장은 “각 지역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이 자리잡고, 특성화를 함께 논의해나가는 것은 이공계 위기를 돌파하는 기회가 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소수정예 교육의 특성상 어느 한 대학의 정원이 많을 필요는 없다. 균형을 맞춰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신하영·김봉구 기자 press75·paper81@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