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용기 내어 앞에선 외국인 강사들에게 큰 소리로 던진 인사에 강당에 모여있던 50명 남짓한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최근 급증하는 영어캠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보통 영어캠프를 떠나는 초중생이 아닌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부터 주름살이 지기 시작한 중장년층이다. 강의실 밖에 나와도 한국말은 엄금. 칠판 앞에 선 외국인 강사의 눈을 피해 잡담을 할 때도 영어로만 이야기한다.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던 10일, 고려대 서창캠퍼스에서는 고려대 교직원들을 위한 '특별한' 여름캠프가 열렸다. 캠프의 이름은 'Global KU English Summer Camp'.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닌 교직원들만을 위한 여름캠프다. 어느 대학이나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을 위한 '집중영어과정'을 개설하지만 교직원들을 위한 '집중영어과정'을 개설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고려대가 교직원들을 위한 여름캠프를 개설한 것은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두번째. 교육에 효과적인 인원수를 고려해 방학기간 2차례로 나눠진행하다보니 이번 캠프가 통산 네번째다.
인력개발팀 이해룡 부장은 교직원 여름캠프에 대해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든 부서들이 외국인 학생, 교수를 대할 일이 늘어나 교직원들의 영어 실력이 중요하게 됐다"며 교직원을 위한 영어캠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제는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영어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어야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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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 리 도노반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교직원들. |
3박4일의 캠프를 통해 고려대는 교직원들에게 영어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라 영어실력의 급격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지만 영어 체험의 장을 마련해줌으로써 교직원들이 스스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못한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바로 교직원 사이의 친목도모. 레벨테스트를 통해 반을 구성하지만 같은 반원 중 단 한 번도 말을 나눠본 적이 없는 직원도 많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주 3차 캠프에 참여했다는 한 관계자는 "캠프를 통해 자주 만나기 어려운 교직원들과 함께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팀별 활동에 참여하다보면 어느새 스스럼없이 편안한 사이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지긋한 교직원들이 영어만을 사용해야 하는 영어캠프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교직원들의 각오는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 이상이다. 홍보팀 이정철 과장은 "이번 캠프를 계기로 영어 공부에 도전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영어를 마스터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원 학사지원팀 구본영 씨도 "10개월 정도 사설 학원에 다녔지만 잊어버릴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학기 중에도 캠프가 계속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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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별 퀴즈대회에 참석한 교직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
아테나 피케이씨는 전화받기에 대한 강의가 끝나면 각 교직원들의 전화번호를 받아 "불시에 전화하겠다. 전화를 받고 그냥 끊거나 거짓말로 없다고 하면 각오하라"며 협박(?) 하고 있다.
또다른 외국인 강사인 리 도노반 씨도 "강의를 하기보다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교직원들)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켜본다"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오는 겨울방학에도 교직원 대상 영어캠프를 계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