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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토끼같은 새내기들에게
부모와 학교가 선물한 책은 읽으셨는가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팀 전문위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건만은 참으로 봄같지 않게 날씨도 마음도 우글쭈글한 3월이 간다. 꽃샘, 잎샘추위는 그렇다 해도 이웃나라 일본의 전대미문 참상만 보아도 그렇다.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스스로, 저절로 그러한 자연이 뭔가 대단히 화가 난모양이다.

지난 겨울은 또 어떠했는가. 맹추위는 길고 길었다. 뚜렷한 사계절은 이제 물 건너간 것일까. 원전이네 뭐네 과학문명을 자랑하던 인간의 오만이 한계에 이른 듯하다. 그 폐해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우리의 무지를. 그리고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 대자연의 경고 앞에서.

어두운 이야기는 접자. 학문의 전당, 캠퍼스에 성큼 봄이 왔다. 아니, 봄이 처음으로 교정을 누비는 4천여 새내기들의 마음 속에 가장 먼저 달려왔다. 어떻게 들어온 대학인가. 얼마나 힘들었던 공부의 행진이었던가. 하고 싶은 것도, 보거나 읽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햇볕조차 제대로 쬐지 못하며, 그들은 오직 명문대 입학을 위한 경쟁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밤잠을 줄여가며 기를 썼다. 그렇게 들어온 대학이다. 그래서 봄이다. 여기저기 우리의 아들딸들이 ‘지지배배 지지배배’ 싱그런 수다를 떤다.

역시 대학의 주인공은 새내기들이다. 그들의 입모양을 보면 논어의 한 구절을 빨리빨리 말하는 것같다.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지 시지야(知之謂知之 不知謂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라는 뜻이다. 모처럼 풋풋한 기운이 캠퍼스에 가득 하다.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신선한 봄은 이들과 함께 한다. 새내기를 ‘프레시맨(freshman)’이라고 한 까닭일 것이다. 청춘남녀(靑春男女), 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봄이자 꽃이지 않은가.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 입학식에서는 작지만 뜻깊은 이벤트가 있었다. 부모는 자녀에게 추천한 책을 꼭 읽으라며 직접 쓴 손 편지를 보내고, 학교는 학부모가 추천한 책들을 사 편지와 함께 신입생들에게 선물을 한 것. 각각의 편지에는 심금을 울리는 내용도,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쓰여 있었다.

대부분 대학에 입학한 자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학교에서 합격통지서를 보내면서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고 책을 추천해주면 편지와 함께 선물하겠다’는 내용의 반송용 편지봉투를 동봉했다. 반송용 편지 3900여통 중 1900여통이 돌아왔다.

첨부한 도서 목록은 언론사에서 추천한 올해의 책과 학교에서 권장하는 것들이었으나, 그 외의 책도 좋다고 했다. 이 행사는 ‘오거서(五車書)운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다섯 수레에 실릴 만한 책’은 다독(多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오거서 홈페이지에 우수 서평을 쓰면 문화상품권을 선물, 책을 많이 읽게 하려는 캠페인이다.

자녀에게 책을 추천하며 모처럼(?) 편지를 쓴 부모의 심정과 입학식에서 부모의 편지와 책을 받은 학생들의 기분은 한 마디로 ‘감동’이 아니었을까. 학교 측은 최근 우수 서평 37편과 부모의 편지 42통을 엮어 <독서를 부탁해>라는 단행본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코 엉뚱한 화제가 아님을 아실 것이다. 우리의 싱그런 미래인 새내기들에게 그대들의 부모 바람처럼 ‘독서를 부탁’하는 것이다. 책읽기야말로 ‘마음의 양식’ 그 자체인 것을, 독서에 대한 숱한 정의를 꺼내 무엇하랴. 조금만 숨을 돌리고 눈부신 자유를 잠깐 맛본 후 너도나도 책을 손에 쥐도록 하자. 쓰레기지식이 넘치는 인터넷과 ‘연예공화국’으로 치달리는 도도한 흐름을 가끔은 거스르는 지혜도 배우자. 책 속에 길이 있다. 엄마 아빠가 추천한 책은 읽었는가. 읽고 있는가. 무한한 가능성의 광장 ‘큰 배움터’에서 마음껏 너희의 꿈을 펼쳐라.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1-03-28 오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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