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총장 김희옥) 학생들이 난치병에 걸린 친구를 돕기 위해 힘을 모아온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몇몇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헌혈 캠페인은 이 대학 ‘참사랑봉사단’에 알려진 뒤 동국대 전 구성원이 동참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 질환인 ‘루푸스병’에 걸린 학생은 윤슬기(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4)<사진 맨오른쪽> 씨. 독일계 유명 다국적기업 보쉬(Bosch) 연구소 취업을 눈앞에 뒀던 그는 병 치료 때문에 입사하지 못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온 몸이 붓는 증상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지난 2월 서울 성모병원에 입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곤 했던 윤씨도 잠시 힘을 잃었다. 서른 살, 또래보다 늦게 취업 전선에 나섰던 그였기에 하필 그때 발목을 잡은 병이 원망스러울 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취업 시기에 병에 걸려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하지만 기회는 또 오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학과에서도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했고 입학도 늦었지만 로봇 개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과학논문 공모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해 청와대에 초청받기도 했다. “학과 교수님들이 많이 지원해줘 상을 여럿 받았고, 취업도 잘 준비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SNS에 투병일기를 쓰며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그러자 윤씨의 안타까운 처지를 안 친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루푸스병이 지속적 수혈을 통한 혈액 정화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헌혈증을 모으기 시작했다. 수업시간 직전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윤씨가 회장으로 활동한 자동차연구소모임 ‘카트(Kart)’와 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헌혈증 50여 장을 모아 전달했다.
이후에도 윤씨를 위해 부지런히 도울 방법을 찾던 학생들은 대학 봉사단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들의 헌혈 캠페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봉사단은 타 전공 학생들 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캠페인에 참여시켜 모은 헌혈증 200여 장을 병상의 윤씨에게 지난달 30일 전달했다.
윤씨의 같은 학과 친구인 전창호씨는 “같은 학번 동기지만 여러 면에서 닮고 싶은 형이다. 다재다능하고 생각이 깊으며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동기들과 잘 어울렸다”며 “맥이 끊겨가던 학과 소모임도 형이 앞장서 살렸다. 그래서인지 형이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다들 선뜻 돕자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날 윤씨를 직접 찾은 참사랑봉사단 부단장 손재현 교수(체육교육과)도 “희귀병에 걸렸다 해서 좌절한 느낌은 전혀 없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워낙 모범 사례 같은 학생이라 친구들이 개인적으로도 많이 돕고 싶어한다”고 귀띔했다. 손 교수는 “필요하면 봉사단 차원에서 계속 헌혈 캠페인을 벌이고 장소도 제공해 우리 학생을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태가 많이 호전된 윤씨 역시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학과, 소모임 친구들이 돕겠다 해서 고맙게 받아들였는데 학교 전체 사람들이 도와줄 줄은 몰랐다”며 “병이 나으면 기회는 다시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학과 교수님들, 친구들을 비롯해 도와준 많은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털고 일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