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 재보선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번 선거는 여야 지도부의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완패하면 안상수 대표체제는 무너질 수 밖에 없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조기에 개최될 것이다.
야당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 선거에서 패배하면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당 장악력이 급격히 추락하고,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이 불투명해지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될 지도 모른다.
반대로, 민주당이 분당을에서 이기고, 강원도까지 승리하면 손 대표는 야권 대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고, 선거이후 정국이 어떻게 요동칠 지 가늠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고찰해보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이 창출된다. 따라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된다. 그런데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성숙한 국민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투표는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데 최근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이 하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는 정치에 대한 관심 정도와 투표 참여 여부를 기준으로 네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있고 투표에도 참여하는 ‘능동적 참여형’,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투표에는 참여하는 ‘민주 시민형’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투표에는 참여하는 않는 ‘정치 냉소주의형’, 정치에 관심도 없고 투표에도 참여하는 않는 ‘탈정치형’ 등이다. 문제는 고학력, 고소득층에서 ‘정치 냉소주의형’이 많고, 젊은 세대에서 ‘탈정치형’이 다수를 차지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4.19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알바몬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학생의 44.0%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치 냉소주의형’과 ‘탈정치형’이 많아지면 민주주의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더구나, 기권도 참여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거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참여하지 않고 비판만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선거가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 후보자와 정당들은 표만을 의식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재보선도 예외가 아니다. 승리에 대한 강박 관념속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선을 치르듯이 엄청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분당을 선거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주택 시장 정상화 추진‘,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공교육부터 살리겠습니다‘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런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셋째, 유권자들은 ’묻지마식 투표‘를 하지 않고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충동과 선동에 의해 투표하고 나서 ’이민가겠다‘,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책임지는 유권자‘(responsible voter)가 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후보에 대한 관심의 창을 열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더 정직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각 가정에 배달되는 후보 홍보물을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 홍보물에 10분만 투자하면 선거의 질이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물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버리는 것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은 상대 후보 비방에만 열을 올리고 혼탁한 선거를 주도하는 후보와 정당들에 대해서는 표로써 응징하는 무서움을 보여 할 것이다. 그래야만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배하는 선거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제대로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