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인문학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최근 KAIST 학생과 교수의 자살이 잇따른 가운데 인문학의 중요성이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학마다 기존에 실시한 인문학 강좌를 늘리거나 학점경쟁에 내몰려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없는 학생을 위한 맞춤형 ‘인문학 카페’를 개설해 다시 부는 인문학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양대는 지난해 10월부터 ‘인문학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문학 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이 참여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다. 특히 인문학 카페는 학생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강의시간과 겹치지 않는 저녁 7시로 자리를 잡았다. 학생이 강사를 뽑고 강의시간도 겹치지 않는 탓에 총6회 시리즈 강의에만 무려 1000여명이 넘는 학생이 몰릴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주제는 △음악 △철학 △역사 △교육 △미디어까지 인문학을 토대로 김진묵 음악평론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 등 각 분야 유명인사가 강사로 나섰다.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김천지 연구원은 “인문학 카페는 대학이 ‘학문’과 ‘배움’이라는 지성의 공간이기 보다는 오로지 기업이 원하는 취업 준비생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자성의 계기로 시작하게 됐다”며 “인문학 카페에 다른 대학 학생과 일반인도 직접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이는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대는 인문과학대학과 인문학연구원이 손잡고 2004년부터 매달 ‘인문학 콜로키움’을 꾸준하게 개최하고 있는데 다양한 주제의 문·사·철을 알기 쉽게 강의해 인기가 좋다. 인문학 콜로키움은 조선대 교수를 중심으로 광주과학기술원, 숙명여대, 연세대 교수가 직접 특강 형식으로 강의한다. 3월에 열린 제1회 콜로키움은 역사학자 이종범 조선대 사학과 교수의 ‘호남의 역사문화지형과 기억순례’를 시작으로, 이용주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의 ‘분류 사유와 창의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쳤다. 이달 콜로키움은 작곡가인 숙명여대 이만방 교수가 ‘음악과 사회’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재영 인문과학대학장은 “21세기의 큰 흐름인 학문간 융합과 통섭을 시도하는 인문학 콜로키움은 학생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면서 “네 차례의 강연을 통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여겨지던 철학이 캠퍼스 밖으로 ‘외출’하면서 인문학 대중화의 ‘첨병’ 역할을 한 대학도 있다. 전국 대학 가운데 최초로 철학 공개강좌를 실시한 계명대는 30여년 전통의 ‘목요철학세미나’를 캠퍼스 담장을 넘어 지역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계명대는 4월 14일부터 6월23일까지 매주 목요일 대구 중앙도서관에서 ‘목요철학인문포럼’이란 이름으로 목요철학세미나를 진행한다. 첫 세미나는 서울대 정진홍 명예교수가 ‘종교 되묻기 : 종교는 좋은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고, 윤사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유교 윤리사상의 현대적 변환에 대한 구상’으로 강연을 이어 갔다. 목요철학세미나는 국내 석학뿐만 아니라 위르겐 하버마스, 슬라보예 지젝, 페터 슬로터다이크 등 해외 유명 석학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서울신학대도 개교 100주년을 맞아 매주 금요일마다 인문학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는 인문학 강좌는 이어령 박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을 강사로 초청해 인문학을 바탕으로 경제와 환경, 인권, 외교적 사안 등 현실적인 문제까지 두루 다뤘다.
서울신학대 교무처 김진광씨는 “이어령 박사가 ‘인문학은 평생을 좌우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잘들어야 한다’는 말에 참여학생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며 “1기 때 보다 2기가 더 반응이 좋은 만큼 향후 점차 확대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