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박재우 학생지원처장은 "사회적으로 한총련 수배자 해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한총련이 폭력시위 중단을 선언하는 등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한총련을 바라보는 사회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장희 법과대학 학장은 '한총련 학생 수배 해제 촉구선언'을 통해 "노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몇차례 공언한대로 수배자 학생들이 우리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과감한 포용과 관용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외대 한총련 수배자는 서울캠퍼스 김재연(전 총학생회장 노어과4년) 양 등 5명이 있다.
<교수대표 기자회견 전문>
한총련 학생 수배 해제 촉구 선언
근간 언론에서 한총련 학생 수배자 수배 해제와 한총련 합법화 논의가 상당히 활발해진데 대해 한총련 수배 학생들의 고통과 변신을 지켜 보아온 우리 교수들로서는 늦게나마 매우 전향적인 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며칠전 대법원에서 강령이 많이 변화한 제10기 한총련에 대해서 다시 이적단체라고 판정을 내리고 수배자를 구속하는 사태에 대해 우려와 안타까운 심정이 들어 오늘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에 수차 보도되었습니다만 현재 한총련 학생 수배자는 전국 각 대학에 걸쳐 176명에 이르고 있고 이들은 혹은 수개월에서부터 길게는 7년 동안 부모와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학 교정 안에서만 불편한 잠자리와 거친 식사를 하며 감옥 아닌 감옥 같은 생활을 해 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여러 대학에서 정부총학생회장 혹은 단과대학 학생회장에 선출되었다는 이유로 정치적 수배자가 되었습니다.
비정상적이고 긴장된 수배생활로 인하여 이들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상 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 대학에서 이루어진 수배자 학생들의 건강검진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건강이 악화되어 가는 수배학생들의 초췌한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수배자라고 하면 범죄시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가족들이 겪는 수모와 참담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이 수배자로 낙인찍혀 각종 사회진출이나 유학 등에 제한을 받는 작금의 현실을 지켜보며 교육자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 대학에서도 한총련 학생 수배자로 서울 캠퍼스의 김재연양(전 총학생회장, 현 노어과 4학년)과 강길수군(전 부총학생회장, 베트남어과 4학년), 그리고 용인 캠퍼스의 이동수군(현 부총학생회장, 사학과 4학년)과, 양경수군(전 총학생회장, 폴란드어과 4학년), 고희철군(98년도 총학생회장, 언어학과 제적)둥 5인이 있습니다. 우리 교수들은 이들이 1년 혹은 다년간 학교 교정에서 힘든 수배자 생활을 하며, 특히 추운 겨울에는 건강에 안 좋은 전기장판 위에서 체포되는 악몽을 꾸며 새우잠을 자는 상황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기도 하고, 애태우는 어머니들의 한숨과 눈물도 묵묵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에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우리 대학 수배자 부모들의 애절한 호소와 안타까운 모습도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대학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 교수들도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 속에서 이들의 고통에 대해 무엇인가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한총련은 98년부터 전면적인 폭력시위 중단을 선언했고 또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문제시되었던 연방제 강령도 삭제하였습니다. 그 대표자가 TV에 나와 공개토론에 참여하는 등 변신을 위해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총련의 변화에 대해 대법원은 남북관계의 여건 변화에 적응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이거나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아 활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뿐으로 보고 단정짓고 있습니다만 그런 “의도”에 대한 판단만 가지고 여전히 이적규정을 적용시킨다는 것은 법리상 무리이자 지나치게 수구적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기실, 잘 알려진 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수 차례에 걸쳐 한총련 학생 수배 해제와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언급해 왔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러한 뜻을 거듭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한총련 합법화와 수배자 문제에 대하여 전향적 검토를 언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교수들은 이제 대법원의 우려스러운 보수적인 판결과는 별도로 한총련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내려져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멀리는 일제 하의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부터 가까이는 4․19혁명과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줄기찬 민주화운동이 모두 학생들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경우에 따라 급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들의 운동을 사회적 관용의 틀 속에 용해시킴으로서 오늘날의 발전된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정부 관계자 여러분, 대법원장과 사법부 관계자 여러분!
우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양 캠퍼스의 학생지원처장과 법과대학장을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몇몇 교수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의 주역인 사랑하는 제자들이 계속해서 수배자로 떠도는 현실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다음과 같이 호소와 촉구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 화합의 책임을 진 노무현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몇 차례 공언한 대로 수배자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과감한 포용과 관용 조치를 내려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하고 또 촉구합니다.
둘째,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남북관계가 총체적으로 화해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제11기 한총련이 합리적인 변화를 적극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그 동안 타성적으로 적용해 온 이적단체 판정을 재고하고 전향적인 조치를 내려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2003년 5월 16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지원처장 박재우 교수(중국어과 교수)
용인캠퍼스 학생지원처장 김성복 교수(제어계측공학과 교수)
법과대학 학장 이장희 교수(법학과 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영학 교수(사학과 교수, 외대 민교협 대표)
박수영 교수(헝가리어과 교수, 외대 민교협 전임 대표)
반병률 교수(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외대 교지 지도교수)
채희락 교수(언어학과 교수, 교수공정임용모임 간부) 외
뜻을 같이 하는 교수 다수 일동
<학생·직원 기자회견 전문>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촉구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직원 공동 기자회견문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째 단지 학우들이 뽑아준 학생회장이란 이유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생각을 지킨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혈기왕성한 젊은 나날을 대학의 캠퍼스 안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수배된 젊은이들입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집안의 부음에 달려가지 못한 채 혼자 눈물을 글썽이고 명절 때면 혼자서 차가운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잠을 자야하는 학생들이 이 시대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일 언론에서는 한총련 합법화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수 차례에 걸쳐 한총련의 이적규정은 부당하며, 권위 있는 학생운동 단체인 한총련을 합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도 한총련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합법화하겠다고 수 차례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을 믿고 몇 년만에 자식에게 따스한 밥 한끼 먹이려는 기대에 부풀었던 부모님의 기대는 허물어지고, 이제 수배자의 부모님들마저 거리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한총련 합법화를 가로막고 있는 세력들과 이적규정의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한총련 이적규정은 사실 법리적인 영역에서 논의 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한총련은 지난 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 대학생들의 명실상부한 대표조직이 된 전대협이 확대 재편된 조직으로 언제나 사회민주화와 조국통일이라는 올바른 명제를 가지고 투쟁하였습니다. 그런데 97년 한보비리, 김현철 비리 등 정권 퇴진의 압력을 받던 김영삼 정권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마녀 사냥식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한총련 이적규정입니다. 그 후 해년 마다 이적규정은 반복되었고 1000명이 넘는 수배자들이 양산되었습니다. 이러한 한총련 이적규정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해 한총련은 98년부터 전면적인 폭력시위 중단을 선언했고 또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문제시되었던 연방제 강령도 삭제하였습니다. 이러한 한총련의 변화 속에도 여전히 이적규정을 적용시키려는 사람들은 논리도 법리도 없는 수구 기득권 세력이며, 이러한 이유로 한총련 이적규정은 정치적인 결단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한총련 이적규정의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은 이미 그 유통기한이 끝난 구시대의 폐물입니다. 이러한 폐물이 새로운 세기에도 여전히 살아서 활보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치입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은 50년 동안 진행한 교류보다 몇 십배 많은 교류를 진행하면서 통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북을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오히려 이러한 시대의 대세를 가로막으며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정치수배 해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있습니다. 하기에 우리나라가 최소한의 민주주의 국가이길 바란다면, 가족들에게까지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한총련 이적규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전면적인 정치수배해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총련 관련 176명의 정치수배자들에 대해 조건 없는 수배해제를 요구합니다.
11기 한총련부터는 관행적인 이적단체 규정 적용을 반대합니다.
2003. 5. 16
한국외국어대학교 37대 총학생회/전국대학노조 한국외국어대학교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