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금 문제, 이를 어찌할 것인가. 이대로 미친 등록금의 시대를 온 국민이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인가. 유럽의 나라들처럼 무상 교육, 학생수당을 신설하지는 못할 지라도 이명박 정권의 공약대로 ‘반값 등록금’이라도 구현해 낼 것인가. 지금 전국의 대학가가 이 문제로 들끓고 있다. 아니 학부모들과 우리 국민들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절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나 몰라라’ 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2년 총선, 대선에도 중요 쟁점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넘어 고등학교 의무교육, 나아가 대학까지 무상 교육이 중요 공약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온 국민이 지금 살인적 교육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널리 확인된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하 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최근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양육비용이 2억6000만원이 넘는 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휴학했을 때 비용이나 어학연수비 등은 계산이 안 됐다니 실제 자녀 1인당 3억원 안팎의 양육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아이가 둘인 집은 무려 6억원이 소요되고 있으니, 곳곳에서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드네’라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 우리나라가 출산율 세계 꼴찌가 돼 버린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 우리 국민들의 43%가 교육비 탓으로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초·중학교에선 꼬박 꼬박 급식비와 학습준비물 비용 등을 내야하고(이제 초등학교는 대부분 무상급식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세훈 시장 때문에 서울시의 경우 5-6학년은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부터는 수업료도 내야하고, 또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난 등록금과 교육비가 기다리고 있으니, 오죽하면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기획하고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집필한 책 제목이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됐을까.
이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도 옛말이 됐고, 입학금, 각종 실습비, 연수비, 교재비, 행사비, 생활비, 상당수 학생의 경우 주거비 등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심리적 고통이 너무나 큰 것이다. 대학생 1인당 1년에 3천만원 안팎의 교육비·생활비가 들어가고 있으니, 웬만한 부잣집도 고통과 부담을 토로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한 교육이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빈곤층과 서민들은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대학에 진학해서도 알바와 휴학을 전전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없기에 사회로 나아가는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 심지어 자살하는 대학생, 알바하다 죽는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되고 빚쟁이가 된 대학생들의 사연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접하고 있다.
이제 고등교육을 철저히 학생, 학부모 책임과 부담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이고 백년지대계라면 당연히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교육정책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고, 최소한 교육비만큼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도 그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예의이면서, 태어날 때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을 지라도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선을 최대한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당연한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것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낙후했던 20세기 초중반에 많은 나라들이 무상의료, 무상교육, 공공주택 시스템을 도입했으니 ‘무상교육’이나 ‘반값 등록금’은 예산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와 철학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 낸 만큼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는 사회, 돈 낸 만큼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교육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국민주권의 참된 민주주의라면 우리 국민들이 다들 원하고, 사회복지와 공정한 사회에도 정확하게 부합하는 그런 정책이 잘 구현된 사회를 어서 만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요구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가 요구하고, 행동할 때만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