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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우선순위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우리의 초·중등 교육이 실패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는 미국인들이 보통 하는 소리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초·중등교육의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종 단계인 고등교육은 늘 세계 최하위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우리의 초·중등교육 여건 자체가 썩 좋은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육 여건의 핵심인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초·중등학교와 비교해보면 우리 고등교육이 세계 최하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2004년 현재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수는 31.4명, 중학교는 20.7명, 그리고 고등학교는 16.5명이다. 이에 비해 의과대학을 제외한 교수 1인당 학생수 실태를 보면 고등학교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실정이다.

2005년 4월 1일 현재 겸임 및 초빙교원을 다 합쳐도 우리나라 최고 국립대라는 서울대의 교수 1인당 학생수가 25.1명이다. 명문 사립대로 알려져 있는 몇몇 대학을 보아도 Y대가 39.3명, K대가 38.8명, S대가 36.7명, E대가 32.6명 등 모두 고등학교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그러면 1천7백억원에서 적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는 서울소재 소위 명문 사립대들이 교육여건의 핵심인 교수 1인당 학생수 개선에는 극히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 이유는 강사에 비해 훨씬 인건비가 높은 교수를 더 많이 채용한다고 해서 대학이 크게 이익 볼 것이 없고, 강좌 당 학생수를 많게 하거나 강사를 많이 채용한다고 해서 대학이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립금을 쌓아두면서 강좌 당 학생수를 늘리고, 강사를 더 많이 채용하는 것이 대학에는 훨씬 더 이익인 것이 현실이다. 교육여건의 실상이 사회에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고, 서울 소재 대학은 위치 때문에 교육여건에 상관없이 우수한 학생을 충분히 모집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성과를 절대적으로 혹은 타 대학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없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통해 평가 받는 고등학교와 달리 교육성과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또한 이미 쌓아 놓은 명성만으로도 국내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대학들의 열악한 교육여건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점차 학부 때부터 미국 등의 고등교육 선진국으로 이탈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고, 국내의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마저도 점차 외국 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자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재의 국제적인 채용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고등교육은 공룡처럼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진정한 경쟁의 장에 뛰어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교육여건을 학과 단위로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필요하고 가능한 분야부터 각 대학 차원 혹은 전국 대학 차원에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으로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물론 국립대의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최소한 고등학교 수준으로라도 개선하여 국립대를 비교 준거로 삼고 있는 사립대가 교육 여건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립대가 교육여건 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가는 것도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8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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