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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스폰서에 얼룩진 캠퍼스
총학생회·동아리연합회 등 이면계약 의혹
"가수초청비 등 내여 투명 공개해야"
축제의 계절을 맞아 캠퍼스가 검은 돈으로 얼룩지고 있다. 축제 때면 오가는 협찬금 때문이다. 때로는 현물로, 때로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이른바 ‘스폰’은 흔적이 잘 남지 않으며, 대부분 이면계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의혹이 뒤따른다. 이를 주관하는 총학생회나 동아리연합회 등에 대해 “금액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불거지는 이유다. 연예인을 부를 때에도 이면 계약이 빈번해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축제 준비에 한창인 대학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주류회사 대학생 마케팅 담당자 A씨의 증언)

5월, 대학 축제시즌이다. 대학 총학생회의 이른바 ‘협찬’ 요청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행사 때마다 스폰 금액이 달라지는데, 축제 때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이번엔 대학 당 100만원 이상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은 대학생 담당 마케팅 업무다. 다수의 대학교 총학생회와 연락을 하고 있는데, 몇 개월 정도 이 일을 해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우리 같은 주류사가 하는 협찬은 여러 가지다. 우선 OT를 비롯해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책자에 광고를 싣는 광고협찬이 있고 ‘주류상품권’이라는 쿠폰을 주기도 한다. 본사에서 주류를 바로 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주류상품권을 주는데, 학생들이 이걸 가지고 도매상에 가져가 주류나 현금으로 바꾼다.

골치가 아픈 것은 역시 현금이다. 대부분 총학생회는 광고나 주류협찬보다는 현금을 받고 싶어 한다. 물품으로 지원하면 총학생회가 ‘처리(?)’ 하는데 애를 먹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다 티가 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류를 100병 지원했다면, 학생들에게는 50병이 돌아간다. 그럼 나머지 50병은 어디로 갔겠나. 현금은 그렇게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거 외에도 자잘한 스폰 요구가 많다. 일일 주점을 하려는데 대놓고 주류를 몇 박스 달라는 건 이미 관행이다. 그러면서 현수막도 만들어 달라 한다. 현수막 끄트머리에 회사 로고를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지원 안 해주면 다른 경쟁 주류사에 전화를 해 요구한다.
몇몇 대학의 경우, 그다지 홍보효과가 없을 것 같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럼 계속해서 연락이 온다. 전화를 하도 해대는 통에 업무를 못 볼 지경이었다. 모든 학생회가 비리의 온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10개 중 3~4개 대학에서 매번 행사 때마다 이런 협찬 요청이 들어온다.

나도 대학 시절 총학생회 활동을 했다. 막상 대학생 담당 마케팅을 해보니, 지금 대학생이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후배들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대학 시절부터 이런 걸 배우고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얼마나 또 비리를 저지르게 될까.


(대학 축제에서 8년째 노점을 한다는 상인 B·C씨의 증언)

축제 때마다 이 대학에서 노점을 연 지 벌써 8년째다. 하다보면 사람들이 찾아와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느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아무래도 축제다보니 학생들이 많이 찾고, 짧은 기간 동안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총학생회를 통해 들어왔다. 비용은 2박 3일 축제 동안 60~70만원 가량이다. 내가 알기론 학교마다, 총학마다 금액이 달라진다 들었다. 그렇지만 대개는 비슷한 수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총학생회가 매년 바뀌기 때문에 이 금액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거다. 총학생회가 바뀌면 가격도 달라진다. 금액도 매번 오르고 있는 추세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요새 학생들(총학생회 간부)은 갈수록 때가 더 타는 거 같다. 덜 순진해졌다고나 할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누구한테 권해주기도 어렵다. 그 정도 수익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만만히 봐선 안 된다. 그리고 돈만 가지고 덤벼들기도 사실 어렵다. 돈만 내면 들어오고 싶다고 다 들어올 수 있겠는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줄’이 있어야 한다.

B씨와 달리, 나는 총학생회가 아니라 학생처를 통해 들어왔다. 줄이 없어서라고 해야 하나. B씨와 비슷한 규모인데도 대학쪽에서 요구하는대로 200만원을 냈다. 이것도 그나마 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학생처 직원들하고 관계가 있어 들어왔다. 그렇게만 알아달라.


(총학생회를 잘 안다는 D대 학생 E씨의 증언)

총학생회가 돈을 중간에서 착복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축제 때 가수를 섭외할 때 비리가 상당하다. 가수를 섭외할 때 이른바 ‘급’에 따라 계약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가장 급이 높은 가수는 곡당 단가를 매기는 방식으로 섭외금액이 책정된다고 들었다.

가수를 부를 경우, 총학생회 성격에 따라 부르는 방법도 다르다. 총학생회가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비운동권은 대학 본부와 협조가 긴밀하기 때문에 대학의 예산 지원을 통해 섭외한다. 그렇지만, 운동권은 대학의 협조를 얻기 힘들어 직접 예산을 모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섭외에 어려움이 많다.

물론, 어떤 가수를 부르느냐보다 더 큰 문제는 얼마에 섭외했는지 공개가 안 된다는 점이다. 학생회 소속 학생이라 해서 모두가 비용에 대한 내역을 아는 것은 아니다. 소속 간부라 해도 예산이나 지출내역 등은 학생회장, 부회장, 집행부장, 사무국장 등 소수 몇 명만 공유한다. 결국 가감 없는 내역은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기 힘들다는 거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얼마 전부터 어떻게 예산을 썼는지, 스폰서 비용을 얼마를 받았는지, 어떻게 집행했는지 전액 공개하고 있다. 고대의 경우 ‘고파스’라는 재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자이크 축제’와 관련해 총동아리가 총학생회인 것처럼 스폰을 받아 이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걸로 안다.

일부 대학들은 행사가 끝난 후 대자보 형식을 통해 축제 예산을 공개한다. 그렇지만 이면계약서를 썼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부분은 정말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알아내기 어렵다. 나도 여기까지는 접근이 어렵다. 축제 때 섭외한 가수의 초청비용과 관련, 대자보나 총학이 공개한 것을 소속사나 연예인 섭외 업체에 직접 확인 후 대조해 보지 않는 이상 모른다.

■ 투명한 내역 공개 우선해야= 매년 불거지는 대학 축제 스폰 문제와 관련, 모 대학 전직 총학생회 간부는 “축제 때 마다 비리 논란이 일고,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곤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그렇지만 일반 학생들이 비리라고 보더라도 총학생회 간부들 입장에선 정당한 측면이 있다. 몹쓸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내몰지 말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학생들은 “축제를 비롯해 여러 업무를 하는 학생회 간부에게도 수고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납득할 만한 수준 이상의 금액을 받는 것은 비리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이 지난달 대학 축제에 초청된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한 것도 이런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국세청은 서울시내 4년제·전문대학 학생처에 연예인 출연료 현황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일제히 발송,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대학이 아닌 총학생회에서 가수를 초청할 때에도 증빙자료 없이 현금거래가 빈번히 이뤄지는 점은 탈세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옛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까닭은 선배들에게 보고 배운 게 이런 것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면서 “현재의 총학생회가 먼저 나서서 이런 비리를 없애겠다는 ‘자정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조용석 기자 gizoong·chojuri@unn.net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1-05-16 오전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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