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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협 '노 당선자에게 바란다' 성명서 발표
교수회 심의·의결기구화 등 5개항 요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회장 배한동)는 24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교수회의 심의·의결기구화 등 5개항을 요구했다.

국교협은 대학이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전근대적인 대학지배구조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의사결정구조가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 공공성과 민주성, 그리고 자율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교협은 △교수(협의)회의 심의·의결기구화와 총장직선제의 유지·발전 △교수 계약·연봉제 시행 철회와 교수 처우 개선 △국립대학발전계획 및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의 철회 △지방대학의 육성대책의 마련과 입법을 통한 추진 △고등교육정책 결정 시스템의 개선 등 5개항을 요구했다.

또 ‘한국해양대학교 사태에 대한 성명서’에서는 박용섭 한국해양대 총장이 동대학 이경호 교수협의회장에 대해 강행하고 있는 부당한 징계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최창식 기자>

[성명서 전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대학은 지식 생산, 비판적 지성의 함양,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인재의 육성 등을 통해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가의 진취적인 미래 개척을 위한 토대 구실을 한다. 그러므로 대학은 근시안적인 사적 이익이 아니라 세계 및 국가와 사회에 일반적 이익을 가져오는 보편적 가치와 진리를 추구해야만 한다. 이러한 공공성과 보편성이야말로 대학공동체의 본질적 요소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자율화와 재정지원 등 대학발전을 위한 본질적 조치는 외면한 채 철학이 없는 근시안적 시장주의 교육정책만을 양산해 왔다. BK 21, 교육공무원법 개악, 사립학교법 개악, 국립대학발전계획, 전문대학발전방안,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 등 소위 ‘효율성 증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교육부가 강행해 온 일련의 잘못된 대학교육관련 정책들로 인해 우리 대학은 지금 존립마저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우리 국교협은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5대 정책은 즉각 추진되거나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국가의 장래가 걸린 대학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우리 국교협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란다.

1. 교수(협의)회의 심의ㆍ의결기구화와 총장직선제의 유지ㆍ발전

대학이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무엇보다도 전근대적인 대학지배구조에 기인한다. 대학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교육함으로써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의사결정구조가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 공공성과 민주성, 그리고 자율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견제와 균형을 위한 교수회의 심의․의결기구화, 그리고 이제 점차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총장직선제를 유지ㆍ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 당선자가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는데, 교육인적자원부의 보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월 13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와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자료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 부분을 보면 마치 교수(협의)회가 이제까지 임의단체였던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이미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교수(협의)회가 있는 경우 학칙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대학 총장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었을 뿐이다.

최근 국공립대공무원직장협의회 소속 직원들이 총장선출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전북대, 경북대, 경상대, 안동대, 상주대, 창원대 등에서 총장선출 과정을 물리력으로 방해하는 불행한 사태가 있었다. 물론 대학구성원 중 누구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교원과 직원의 기능과 역할은 명백히 구분되며, 이는 고등교육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총장선출은 역사적으로 볼 때 교육부의 일방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대학자율화를 쟁취하기 위한 교수들의 실천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 3 제4항 2호에는 ‘당해대학 교원의 합의된 의사에 따른 선정’을 총장선출방식으로 명시되어 있다. 대학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바람직한 대학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은 계속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총장선출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불법 행위를 자행해서는 안 되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의법 조치해야 한다.

2. 교수 계약ㆍ연봉제 시행 철회와 교수 처우 개선

전근대적인 대학지배구조는 방치한 채 대학을 시장바닥으로 변질시키는 기형적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정점이 바로 교수계약ㆍ연봉제의 도입이다. 여건이 완비되기 전에 계약ㆍ연봉제를 시행하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신분 불안정으로 인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사상의 자유로운 교수와 연구 풍토가 사라지는 등 대학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육 및 연구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한 재정 지원, 그리고 열악한 국립대학 교원의 처우 개선이다.

3. 국립대학발전계획 및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의 철회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개혁을 구실로 국립대학을 구조조정하고 교육재정의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려는 공교육 포기정책을 국립대학발전계획으로 포장하여 강행함으로써 대학을 혼란과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이 계획의 후속으로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을 의원입법을 통해 상정했다. 지식기반사회의 구축을 위한 고등교육재정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늘리지 않고서는 교육환경과 질의 개선은 무망하며, 교육의 공공성은 교육 선택의 기회와 공정거래를 국가가 공적으로 보장해주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립대학발전계획과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4. 지방대학의 육성대책의 마련과 입법을 통한 추진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학 서열화로 인해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최소한의 존립기반마저 상실하고 있다. 이는 단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지역의 인재를 균형 있게 육성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이다. 총체적 위기에 처한 중앙집권적 국가주의에 의거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은 지방분권사회 실현을 지향하는 지역 주체의 인적자원개발 원칙 및 지역간 공정한 경쟁의 원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대학의 특성화, 산ㆍ학ㆍ관 교육공동체 구축, 지역인재의 고용확대 및 유출 방지, 우수학생 유인 체제 및 지역주민과의 연계 체제 구축방안 등 국가인적자원의 지역간 균형 개발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방대학 육성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역균형발전특별법 및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는 정치적 결단이 요청된다.

5. 고등교육정책 결정 시스템의 개선

전문성이 결여된 교육인적자원부 관료들이나 그들의 기호에 맞는 관변 인사들이 주로 교육정책 수립의 주체라는 점이 현재 고등교육정책 결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이다. 이 경우 무책임하고 배타적인 정책 입안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참여민주주의적 대학정책결정 시스템의 원칙에 따라 교수대표 기구 등 대표성을 지닌 대학구성원 단체 및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인사나 단체가 정책 수립과 집행, 나아가 평가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책 수립 과정과 절차도 큰 문제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입법 과정의 비민주성은 그 내용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수립 과정과 절차는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요식적인 의견 수렴 과정만을 거친 채 일방적으로 졸속하게 이루어져 왔다. 어떤 정책이든 이해 당사자의 설득 과정이나 합의 도출 과정을 거쳐야만 부작용이 최소화되고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2003년 1월 23일

전국국ㆍ공립대학교수(협의)회

강릉대,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공주대, 군산대, 금오공대, 목포대, 목포해양대, 밀양대,부경대, 부산대, 삼척대, 상주대, 서울대, 서울산업대, 서울시립대, 순천대, 안동대, 여수대,인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진주산업대, 창원대, 충남대, 충북대, 충주대, 한경대, 한국교원대,한국방송대, 한국해양대, 한밭대, 공주교대, 광주교대, 대구교대, 부산교대,서울교대, 인천교대, 전주교대, 제주교대, 진주교대, 청주교대, 춘천교대(전국 45개 대학)

최창식 기자 (ccs@unn.net) | 입력 : 03-01-24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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