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러 나라는 대학의 질 보장 및 향상과 책무성 제고를 위하여 대학 평가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학생과 학위를 소지한 인력의 국제적 이동이 늘어나면서 국가간 그리고 대학간의 상호 질 인정과 이동성 증진을 위해서도 국제적 수준의 학위인정제도 확립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학문분야별 국제적 평가인정노력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국가들은 유럽 차원의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하고 있고, 아시아국가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싹트고 있다.
이 글에서는 주요 5개국의 대학평가제도의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II. 세계 여러 나라의 평가인정제도
1. 미국
미국에서는 고등교육평가인정위원회(Council for Higher Education Accreditation, CHEA)가 평가인정기관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CHEA는 비영리, 비정부 조직으로 미국 내의 대학 평가인정 활동을 조정하는 전국 단위의 조직체이다.
CHEA의 인정을 받은 평가인정기구는 크게 지역평가인정기구, 전문분야별 평가인정기구, 전국단위의 평가인정기구 세 가지로 구분된다. CHEA의 인정을 받지 않고 나름대로 대학 프로그램을 평가하여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조직도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대학종합평가인정은 대학의 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평가인정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학 평가인정제는 대학이 대학으로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 충족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인정을 통해 대학의 질을 크게 높이기는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분야별 평가인정기구는 우리 나라에서 실시하는 학문분야별 평가와 유사하나 일부는단과대학이나 전문대학원 차원의 평가인정기구이고 일부는 프로그램 혹은 학과 차원의 평가인정기구이다. 프로그램 평가는 거의 대학원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내에는 CHEA의 인정을 받은 다양한 프로그램 평가인정기구가 있는데 대학의 요청에 의해 이들이 주기적으로 프로그램 평가인정을 실시하고 있다. 종합대학이 특정 대학원 학과를 신설했다고 해서 의무적으로 해당 프로그램 평가인정기관의 평가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들이 희망할 경우에 그러한 프로그램 평가인정을 받을 수 있다.
2. 호주
호주 대학 질 관리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변화는 2000년에 관련이 있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각 장관들이 모여서 호주대학 질관리기구(Australian Universities Quality Agency, AUQA)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기구는 2001년부터 대학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학 업적집을 발간하고, 국내와 국제적 관점에서 호주 고등교육 체제의 표준과 현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대학이 대학의 업적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대학 질 보장과 개선을 위한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해야 한다.
경쟁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회계기관 등의 전문 단체들이 외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평가위원회가 제공하는 조언을 호주 대학들은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대학들은 대학의 각종 학위 프로그램 평가를 위해서도 협력을 하고 있다.
호주는 또한 교육, 훈련 및 청소년부(DETYA) 안에 해외학위인정국(the National Office of Overseas Skills Recognition: NOOSR)을 두고 해외 대학 학위의 질을 평가하고, 국내외 대학 관련 자료 수집, 개발 및 확산 활동을 하며, 개별 대학에 해외 학위 인정과 관련한 정보와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이 호주로 유학을 갈 경우 학위 및 학점 인정 범위 결정은 이 기관의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3. 영국
영국은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느 나라보다 대학 평가를 강화해가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학평가를 총괄하는 기구(고등교육질보장기구. Quality Assurance Agency for Higher Education: QAA) 를 설치하고, 대학 강의 평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대학 평가와 대학 재정 지원 연계 시도라는 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현재 영국은 대학들이 새로운 경제 현실에 적합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보증할 만한 대학 내외의 질 평가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의 목적은 경제 부흥 작업에 고등교육을 동참시킴으로써 고등교육이 경제 발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하여, 영국을 다시금 세계의 경제 심장부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원만하게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4.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대학의 질 보장에 대한 관심이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현재는 고등교육부가 주관하여 평가인정제(habilitation)를 시행하고 있고 (경영대학 프로그램 등 일부 프로그램은 해당 전문 협회가 평가인정을 주관하고 있다), 국립평가위원회(Comite National d'Evaluation) 주관으로 대학 기관 평가와 프로그램 평가도 시행하고 있다.
평가는 대학의 문제점을 밝혀내어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경영 진단의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국립평가위원회는 기관 평가(대학, 전문학교, 고등전문학교)와 학문 분야 및 학과 평가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평가 결과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대학 관련 연구를 실시하고, 대통령 연차 보고서나 주제별 연구를 통하여 고등교육 정책 전반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립평가위원회는 최근 들어 인력과 예산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학문 분야별 평가까지 수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제도는 평가위원회가 직접 다양한 학문 분야별 평가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5. 일본
일본 대학의 평가체제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2000년 4월에 새로 만들어진 대학 평가․학위수여원(NIAD. 국가 기관임)이 실시하는 평가, 대학 자립적 단체인 일본 대학 평가인정협회(재단법인), 그리고 1991년 대학설치기준 수정을 통해 모든 대학이 교육과 연구 활동을 스스로 감시하고 평가하도록 의무화시킨 대학자체평가제도 등이 그 것이다.
NIAD는 교육, 연구, 그리고 기타 대학의 활동 평가, 대학교 이외의 고등교육기관이 개설한 프로그램 승인과 평가, 학위 수여 등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대학 평가인정협회는 어떤 틀에 대학을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상황을 진단하기 위한 포괄적인 평가인정기준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 협의회의 평가인정 결과는 법적․사회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이 평가인정에 참여하지 않거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00년에 대학 평가․학위수여원이 발족함에 따라 대학 평가인정협회의 영향력이 더욱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일본은 1991년부터 개별 대학이 자체평가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법제화하고 1999년에는 자체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대학의 질 향상을 위한 자체 노력 유도 및 책무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일본의 대학 평가는 강의 활동 평가를 소홀히하고 있고, 새로운 학문 분야나 다학문 중복 영역 평가인정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대학원 평가가 아직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III. 대학 평가 제도의 세계적인 추세와 시사점
대학이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기 위하여, 그리고 향후에도 시대 변화의 엔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적응과 변화 노력이 요구되는데 그 과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평가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화되어가고 있는 평가는 획일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평가, 대학 교육 여건에 초점을 둔 평가가 아니라 개별 대학의 특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경영 진단 형식의 평가, 대학 교육 결과 및 산출에 초점을 둔 평가이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들이 국가 차원에서 대학 교육 결과를 좌우할 대학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가 프로그램과 예산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학평가제도 차원에서 보면 각 국의 대학 평가 역사와 전통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전국 단위의 평가 총괄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도 대학 평가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 평가를 전담할 국가 기구를 반드시 신설해야 할 것이다. 대학 평가를 총괄하는 기구를 만들지 않으면 평가 중복, 일관성 결여, 대학 부담 가중 등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호주, 프랑스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이 대학이 자신의 특징과 발전 계획에 의거하여 자체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사회에 공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 자체 평가 결과 보고 제도 확립은 종합평가인정제 문제를 보완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문 분야별 평가가 필수적이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세계 각국은 학문 분야별 평가와 관련하여 다양한 체제를 가지고 있는데 각 분야별 전문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다.
따라서 유럽의 많은 국가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학문 분야와 관련이 있는 유관부처도 대학 평가가 관여하게 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교육부만 대학의 평가에 관련할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각 부처가 관련된 학과나 대학의 프로그램 평가에 관여하도록 혹은 평가를 실시하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국제적인 교류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 학위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기존의 그리고 새로 생길 학문 분야별 평가인정기구는 평가 기준을 국제적인 수준에서부터 평가불인정 수준까지 다양화하여 대외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서는 유럽 국가들이 각국의 평가 기구를 연결하는 유럽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듯이 우리 나라도 아시아 차원의 대학 평가 기구 네트워크 구성을 주도하여 프로그램 평가 기준을 포함한 평가 체제 공동 개발 및 결과 공유 등을 통해 유럽이나 미주 대륙 중심의 프로그램 평가에 대처해 나가며, 외국에서 받은 학위를 국내에서 인정하기 위한 기준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