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건양대 교수의 사인을 두고 유족과 학교측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족은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이 됐다며 학교측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학교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7일 건양대의 전자정보공학과 조모 교수가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조 교수가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있어 학교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조 교수가 평소 우울증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을 언론에 전했고, 언론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일제히 보도됐다.
그러나 경찰과 조 교수의 지인 등에 따르면 조 교수는 평소 우울증을 앓지 않았다. 유족측은 27일 “우울증 병력이 없는 조 교수를 우울증으로 보도되도록 한 것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오히려 학과 구조조정에 따른 부당한 인사통보가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학교측은 “교수 한 분이 돌아가신 조 교수가 평소 환청이 들린다는 말을 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를 기자들에게 전했을 뿐 우울증으로 몰아간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학 오모 기획처장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바 없고, 인사이동에 대해선 논의했을 뿐 통보한 적 없다"며 ”자살의 원인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학교측에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교수의 부인 왕모씨는 “남편은 숨지기 전인 지난 2월 학교로부터 교양학부로 옮겨 컴퓨터 관련 강의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사실상의 인사 통보’를 받았다”며 “이 때문에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입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며 두 달 넘게 학교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당시 건양대는 조 교수가 속해 있던 전자정보공학과와 의공학과를 통합하는 공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통합과정에서 오 기획처장은 조 교수를 포함, 총 3명의 교수에게 교양학부로의 이동을 제안 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조 교수는 자살 5일 전인 3월 2일 오 기획처장에게 인사이동을 제고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유족측은 설명했다.
왕 씨는 “공대 구조조정 가운데 동등한 기회나 적법한 인사규정, 절차 없이 3명의 교수를 불러 교양학부로의 이동을 제안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제고해달라고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은 일방통보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오 기획처장은 △조 교수가 임용 당시 IT교양학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교양학부 컴퓨터 관련 강의를 맡기기에 적합했다는 점 △교수업적평가 결과를 반영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부당한 인사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이 같은 인사이동은 “정관에 근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0년 학교법인 건양학원 정관에 따르면 학과 구조조정에 따른 인사이동에 관한 규정은 없다. 다만 학교측은 제6장 1절 1관 ‘임면’에 관한 내용 중 39조 2의 ②에서 “대학의 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 체결한 계약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오 기획처장은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이 최근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세부규정은 아직 정관에 마련돼 있지 않다”며 “사립대는 필요한 경우 총장의 권한에 의해 인사이동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과 구조조정에 관한 원칙이나 규정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인사 이동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학과 구조조정에 따른 인사 문제는 공개적이면서도 공정한 원칙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관련 규정이 없다면 우선 규정을 마련한 후 인사 이동 논의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교원 문제를 전문하는 장경욱 변호사도 “대학마다 입학자원 부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교원의 신분을 강등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교원의 자존감 하락과 굴욕, 분노,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등의 심리적 압박이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