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대학 국제화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5일 ‘2011년도 해외산업체 연계 외국인 유학생 교육선도 전문대학 육성사업(Global Hub College·이하 GHC)’의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거제대학, 경기과학기술대학(옛 경기공업대학), 대구과학대학, 대원대학 등 선정된 4개교는 “단순히 유학생 유치실적을 높이기보다는 (소규모지만) 유학생 관리에 신경 쓴 것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유학생 실적이 없더라도 사업계획과 인프라 구축, 국제화에 대한 대학의 의지가 뛰어난 경우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치실적보다는 꼼꼼한 유학생 관리 = 거제대학은 특성화 영역인 조선부문에 집중해 GHC사업에 선정됐다. 대학은 지난해부터 STX대련유한조선공사가 중국의 발해직업학교(전문대학에 해당)와 협약을 맺은 학생들을 데려와 주문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대학에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62명 중 35명이 STX 협약반 학생들이다.
배동건 대외협력처장은 “STX 등과 GHC사업 선정 이전에도 유학생 주문식 교육을 실시해왔던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해외 연계산업체를 굵직한 조선업체들(STX, 대우조선, 삼진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맺은 점도 높은 점수를 받는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과학기술대학은 유학생 실적 보다는 철저한 유학생 관리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각각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어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유학생 모집에 나선 대학은 현재 재학 중인 100명의 유학생 중 이탈자가 한명도 없을 정도로 꼼꼼한 유학생 관리를 실시해왔다.
GHC사업에서 실무를 담당한 우혁재 정밀기계과 교수는 “국외연계산업체가 중소기업인 경우 전공기술뿐만 아니라 문서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의 업무능력도 함께 요구한다”며 “워드프로세서 교육뿐만 아니라 엑셀·파워포인트 등의 교육도 병행해 중소기업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유학생 모집에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대원대학도 유학생 유지실적보다는 꼼꼼한 관리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78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인 이 대학은 졸업 후에 이탈한 1명을 제외하고는 이탈자가 없다.
조문택 GHC사업센터장은 “전기전자에 관심 있는 유학생을 중심으로 입학시켜 잡 미스매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유학생과 국내 학생을 이어주는 ‘친친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학생에게 한국어 능력 및 한국 문화 적응을 높이려 한 점도 좋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운영 실적이 없는 대구과학대학은 사업계획으로 승부를 걸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길세종소프트개발유한공사 등 4개 업체를 국외연계사업체로 잡은 대학은 지난해 10월 연길시, 연길지역 아이티밸리 유치위원장, 연변과학기술대와 산관학 협의체를 설립했으며, 대구시와 중국문화원으로부터도 대응투자를 약속 받았다.
김형섭 국제교류센터장은 “유학생과 국내학생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글로벌라운지, 가족회사를 통한 IT 교육지원체제 구축, 내년 2월에 완공 예정인 유학생 기숙사 등도 사업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보다 중요한 ‘한국기업문화 이입’ = 올해 선정된 4개교의 공통점은 기업으로부터 “유학생들이 전공기술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문화도 몸에 익힐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점이다.
거제대학 배동건 대외협력처장은 “한국기업에서는 중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직무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여름방학 기간 중 진해 STX 등에서 직접 현장실습을 실시하는 이유에 한국기업문화 습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원대학 역시 “업체들로부터 전공기술이 조금 부족한 것 보다 한국조직문화에 대한 적응을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국어 수업과 별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쓰는 외래어나 단어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도 조직문화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의 한 관계자는 “중국 학생들은 취업 후 돈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고 하면 바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서 애를 먹고 있다”며 “열심히 가르쳐놓은 학생들이 국내 업체에서 계속 일하게 하려면 한국조직문화에 대한 교육은 앞으로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상 국가 다양화, 실효 거둘까? = 올해 GHC사업이 지난해와 가장많이 달라진 점은 대상국가가 중국을 제외하고도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팔, 필리핀, 인도 등으로 다양해진 점이다. 이는 교과부가 국가 다변화를 통한 국제화 선도모델을 제시한 대학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순조롭게 학생을 모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한국의 비싼 학비와 물가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전문대학의 한 관계자는 “일 년 학비가 500달러(한화 54만원 내외)에 불과한 국가에서 한 달 생활비만 500달러가 넘게 필요한 우리나라에 쉽게 유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동남아 국가들의 학생을 모집하려는 대학은 비상식적으로 등록금을 할인한 후 학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에 선정된 한 관계자 역시 “동남아 등 우리와 경제격차가 많이 나는 국가의 학생 모집을 위해 등록금을 대폭 낮춰서라도 유치할 계획”이라며 “개도국 학생들이 한국으로 많이 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한 투자비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선정대학의 계열이 공학과 IT에만 집중되어 있고 헤어디자인이나 피부미용 그리고 서비스 업종 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업에 탈락한 전문대학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선정된 대학들은 공학과 IT계열에만 몰려있어 교과부가 공학계열에 가산점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며 “전문대학의 미용이나 피부미용, 호텔서비스 등도 훌륭한 교육 수출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공학과 IT계열이 GHC사업의 목적에 잘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교과부 전문대학과 이동훈 사무관은 “GHC사업의 목적은 정부예산을 투입해 해외에 진출한 산업체의 현지인력 수급을 돕는데 있다”고 정의한 뒤 “예체능이나 미용계열은 이직이 잦고 개인 창업이 용이해 한국기업에 도움이 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으며, 심사위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선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