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단편적 지식을 전달해주기보다는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빨리 셈하는 기술보다는 원리를 깨치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어디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 보다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가 중요하고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보다는 ‘왜 사는가’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대학은 인문학의 위기라고 난리들이다.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과 무질서가 인문학의 위기에서 온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선언도 있었다. 인문학은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삶이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노동이란 무엇인가 등의 끊임없는 질문들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 7월부터 노숙자 대상의 대학강의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일정정도의 학점을 취득하면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명 클레멘트 코스이다. 클레멘트 코스는 미국의 작가 얼 쇼리스가 1995년 노숙자, 빈민, 마약중독자 등을 대상으로 클레멘트 기념관에서 인문학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 것이 그 효시이다.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무료급식이나 당장 취직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기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통한 자기존중의식이며, 이를 위해서는 삶을 돌아보는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쇼리스의 생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와 성공회대가 공동으로 ‘성 프란시스 인문학강좌’라는 한국형 클레멘트 코스를 처음 열었다. 인문학강의를 수료한 노숙자들은 모두 노숙생활을 청산했고 일부는 취업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있다. 인문학은 인문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대학에서만 이루어지는 지적인 유희도 아니다. 인문학은 일상적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자 우리의 존재이유에 대한 해명이다.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제대로 살기는 어렵다. 직장이나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는 일을 잘 할 수 없고,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없이는 결코 공부를 잘 할 수 없다. 왜 취직해야 하는가, 왜 결혼해야 하는가 등의 일상적 고민은 결국 보람 있는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위한 출발점이다.
노숙자에게 빵을 주는 대신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모순과 어려움에 직면한다. 단기적인 해결책은 요령이며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문제 해결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답은 본질적 번민과 자기성찰에 있다. 삶에 대한 성찰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는 노숙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과학자의 삶이건 예술가의 삶이건 결국은 인간의 삶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자기성찰은 존재이유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대학교육은 특히 이런 부분에 있어서 보다 큰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