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금 문제에 대해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무게는 얼마나 될까? 서울 청계광장 등록금 시위가 11일째 열린 9일 저녁, 집회현장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하나같이 “등록금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선씨는 지난 2008년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등록금 충당에 애를 먹고 있다. 지금까지는 할머니와 이모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비도 벌어야했기 때문에 그동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이 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40만원을 벌었다”며 “그러나 학업과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어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쉬는 상태”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씨는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이 걱정이다. 할머니와 이모마저 등록금을 더 이상 내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씨는 다음 학기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황은선(가명·홍보광고학과 1)씨는 부모님이 첫 학기 등록금 450만원을 내줬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다음 학기에는 등록금을 꼭 자신이 부담하고 싶다. 현재 평일 수업이 끝난 뒤 3~4시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 달 월급은 30~40만원. 등록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황 씨는 “이 마저도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어 그만뒀다”며 “다음 학기 등록금 낼 일이 걱정”이라며 한 숨을 쉬었다.
동국대 김지훈(연극영화학과 2)씨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방학 때마다 ‘막노동’을 한다. 하루 10시간 일해서 받는 일당은 15만원.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꼬박꼬박 일을 나가지만,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240만 원 정도다.
김 씨는 “등록금과 교재비를 포함하면 한 학기 500만 원을 내야 한다”며 “등록금이 너무 비싸 부모님께 죄송하다. 힘들지만 일용직 막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주대에 다니는 김효진(특수교육과 4)씨는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러 충남 공주에서 올라왔다. 국립대이기 때문에 비교적 사립대 등록금보다는 싸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김 씨는 “입학할 당시에는 한 학기 140만원이던 등록금이 2~3년 만에 200만 원대로 뛰었다”며 “사회적으로 등록금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지방에서 시위에 동참하러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씨도 편의점·과외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지만, 등록금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가 4학기 째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이유다. 김 씨는 “등록금에 치어서 살고 있다”며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도 대출금 값을 일이 부담 돼 휴학도 병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선 직장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자식이 있다는 회사원 김광철(상계동·47)씨는 “앞으로 자식들이 더 크게 되면 내야 될 등록금이 걱정돼 퇴근 뒤 시위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웅(성남시 분당·61)씨는 “자식이 한 명이라 등록금 부담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자식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 사정이 딱하다”며 “등록금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견했는데, 학생들을 연행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하영·전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