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불혹의 나이에 한국외대 중국어과에 입학한 산악인 엄홍길(42) 씨. 늦깎이 대학생의 쑥스러운 표정 뒤에는 대학생활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지난 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산악인의 길을 택한 엄씨는 동양인 최초 히말라야 8천미터 이상 고봉 14좌를 등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산 사나이. 그가 대학생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된 건 해외원정에서 겪은 의사소통문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엄씨는 "다른 나라에서는 비교적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었는데 중국령내의 산을 오를 때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기회가 닿으면 꼭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한국외대 수시모집에 지원, 막상 합격 소식을 접하고 '등반활동도 힘든데 공부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단다.
그러나 자신의 이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등반과정에서 성공도 많이 했지만 실패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다. 엄씨는 지금까지 14좌 등정에 성공했지만 실패도 12번이나 맛봤다.
"대학생활을 통해 신세대들과 부대끼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엄씨는 "그들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워주고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도 자주 가지고 싶다"고 덧붙인다.
이번 학기 19학점을 신청한 엄씨는 캠퍼스 생활을 잠깐 뒤로하고 오는 26일 이종원, 김형일, 정흥채 씨 등 연예인과 함께 '월드컵 성공기원'을 위한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다. 에베레스트는 세계 최고봉(8,848m)으로 지난 88년 9월 등정이후 14년 만이다. '등반은 곧 자신의 삶'이라고 강조하는 엄씨는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 후에도 15좌, 16좌 등정에 계속 나설 계획이다.
"등반도 그렇지만 모든 일에 있어 초심만 변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법이 없죠." 엄씨가 동료 새내기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