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96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가 발행한 「한국문학인 인명록」(이하 인명록)을 출신대학과 활동분야별로 분석해보면 그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표 참조>
본지가 인명록을 기초로 현재 한국문단에서 활동중인 2천7백7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서울대가 총 2백21명으로 가장 많은 문인을 배출했고 1백47명과 1백26명을 배출한 동국대와 중앙대가 각각 그 다음을 차지했다. 하지만 4위를 차지한 서라벌예대는 지난 68년에 중앙대 예술대로 통합되었으므로 사실상 중앙대가 한국 문단의 최대 학맥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근소한 차이로 각 5, 6위를 차지했는데, 양대학 비교에 있어서 소설과 아동문학 분야는 고려대 출신들이 우세했고 연세대 출신들은 시와 희곡분야에서 약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문학계에선 앞에 언급한 대학들에 미치진 못하지만 성균관대와 경희대 출신들도 뛰어난 시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맥을 잇는 문인군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10위권 안에 든 대학은 방송통신대(방송대)와 이화여대. 특히 방송대 출신들은 아동문학과 시부문에서 강세를 보였고 이화여대는 보통 시부문에서 많은 문인들이 활동하는 타대학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설분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문인들은 전체 문인의 8%를 차지하고 있으나 평론분야에선 30% 이상을 점할 정도로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론계 최대의 학벌」로 통한다.
주요 문학잡지에서 편집위원이나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세들이 모두 서울대 출신들인데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 문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문학사상」(권영민 주간), 「창작과 비평」(최원식 주간), 「소설과 사상」(조남현 주간), 「오늘의 소설」(류보선, 한기), 「문학과 사회」(김동식), 「세계의 문학」(권성우), 「문예중앙」(김윤식), 「문학동네」(서영채, 류보선), 「상상」(이인화, 김탁환), 「리뷰」(강헌, 권성우) 등이 있다.
서울대 출신의 평론가는 대부분 국문과 인맥이지만 「소수 정예의 문학 엘리트」로 알려진 불문과 학맥의 영향력도 무시해선 안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 불문과 출신들은 프랑스의 문학과 철학 이론을 문학활동에 적용해왔고 섬세하고 실험적인 필치로 주목을 받아왔다. 비평계 학맥은 50년대의 1세대 김봉구(작고) - 정명환에서 시작됐는데 이들은 일본을 거친 서구문화 수입을 벗어나 불어를 통해 직접 외국문학을 수용한 첫세대로 꼽히고 있다. 학맥은 이후 2세대의 김 현(작고) - 김치수 - 곽광수 - 김화영, 2.5세대 오생근, 3세대의 권오룡 - 진형준 - 정과리, 4세대의 박철화로 이어졌다.

작품 자체의 혼과 향기로 문학의 정통성을 묵묵히 지켜온 동국대 국문과는 불교적 요소가 가미된 민족문학을 창조해왔고 특히 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해방후 동국대에 문학창작열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양주동, 김기림, 조연현, 최재서, 서정주 등 기라성 같은 유명 문인들이 교수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국대가 문학붐을 주도하고 이후 한국 문단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떨칠 수 있었던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조연현과 「현대문학」 덕분.
당시 문단에 입문하기 위해선 문학잡지를 통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전문 문학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소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변변한 문학잡지가 없던 시대에 「현대문학」 대표자인 조연현과 그 잡지의 시, 소설 추천위원인 서정주와 김동리는 사실상 한국문단을 만들고 지배했던 것이다. 동국대 국문과의 「시맥」과 서라벌-중앙대 국문과의 「소설맥」은 이렇게 형성된 것.
하지만 당시 이승만 정권의 비호아래 「현대문학」 동인들이 추구해온 순수문학은 60년대 참여문학 집단이 등장하면서 거센 도전을 받아야만 했다.
서라벌예대 문창과는 95년 작고한 김동리란 거인이 한국 문단의 종가를 자임하면서 흔히 말하는 「김동리 사단」을 만들어낸 곳이다. 지난 68년 서라벌예대가 중앙대 예술대로 확대 개편되면서 서라벌-중앙대 문창과는 우리나라에서 문학창작 교육에서 가장 앞선 학과로 자리잡았다. 그 명성은 역사나 문인배출 실적만으로도 쉽게 증명된다.
시대의 주체를 민중으로 규정하고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객주」, 「화척」의 작가 김주영, 단편소설의 김문서, 희곡분야의 천승세, 왕성한 필력으로 유명한 유현종 등이 대표주자들이다. 중앙대로 개편된 뒤에도 출중한 문인들은 많이 배출됐다.
우선 시에는 김태준과 김종철을 들 수 있다. 김태준은 월간 「현대문학」의 최장수 편집장을 거쳐 요즘엔 편집인겸 명예주간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종철은 대학 재학중에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문인이다. 소설가로는 박양호, 황충상, 표성흠 등이 있다. 박양호(전남대교수)는 후학을 가르치면서 「지방대학 교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등의 연작 중 단편을 발표하며 현대 풍자문학을 개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