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목록
프린트 스크랩
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특별기고] 사립대 재단 ‘투명성 평가’ 필요
정병수 연세대 법인본부장
요즘 반값등록금 시위를 보면서 사립대학 행정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유야 어찌됐던 학생의 입장에서 연간 천만원대의 등록금은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대학도 있지만, 대부분 사립대학들이 오로지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해 오고 있었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을 두고 자초지종을 따져보지도 않고 대학의 적립금이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보도한다든지, 기여입학제는 부자가 돈을 주고 학위를 사는 것이니 무조건 반대해야한다든지, 세원(稅源)은 파악해보지도 않고 여야 모두가 선거를 의식해 반값등록금을 공약한다든지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 만큼의 재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하기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교육재원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만약 반값 등록금으로 인하여 재정수입이 줄게 되면 그 줄어든 만큼의 재정이 정부 등으로부터 보충되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등록금은 낮추고 양질의 교육을 받고자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은 명약관화이다.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대학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해도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각 대학은 등록금 명세서를 별도로 교과부에 제출함으로써 암묵적인 등록금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이에 더해 등록금을 일정율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이라도 더 많이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대학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아 더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등록금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 그 대학에서는 인건비가 더 비싼 교수와 더 좋은 강의실과 더 많은 연구자재를 투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도 하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한 두 학생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가난한 여러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다.

이제 반쪽등록금에 앞서 대학에 대한 일률적인 규제의 관행을 깰 필요가 있다. 대학에 지원을 하거나 자율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나, 사실상 대학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여론이었다. 특히 일부 비리 대학들 때문에 전체 사학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문제는 사학의 비리근절을 위한 교육당국의 규제정책이 비리가 발생한 대학에만 국한되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자율적으로 교육에 매진하는 다른 모든 사립대학이 규제를 받는다는 데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 하게 되면 그 위반한 운전자만 처벌한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어떤 사립대학이 비리를 저지르면 그 대학은 물론이고, 나머지 대학도 개연성이 있다하여 획일적으로 규제를 하게 된다. 소위 행정의 보편성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잘 하고 있는 대학과 재단은 다시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그 규제를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점점 자율은 없어지고 어느새 지시에 의존하게 된다. 원치 않는 규제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하다면서 행정에서는 그것을 찾아볼 수 없다. 논문에서나 구호로만 그치게 된다. 당연히 세계 선진대학과의 경쟁에서 자꾸 멀어진다. 그렇다고 비리대학이 깨끗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비리 대학과 재단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또 다른 부조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남아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전체 중 일부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사립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많은 사학들은 세계 대학들과 경쟁하며 한발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비리 근절을 위해 규제만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열 명의 경찰이 한 도둑을 잡기 힘들다고 한다. 비리가 있는 대학은 규제를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는 대학은 정부의 넉넉한 지원은 받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자율은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대학과 재단에게 자율을 주어야 할까? 자율과 자유에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자율성을 부여한 결과가 발전이 아닌 더 많은 비리를 양산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자율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대학운영의 투명성이다. 특히 사학은 최고의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투명해야 대학도 투명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학재단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평가는 국내외의 권위있는 기관으로부터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 전체에 대한 등급평가도 있고, 특정 프로젝트 사업비의 배정, 취업률 등 제한적인 평가도 있다. 그런데 모두가 대학교육 자체 또는 교육여건 등에 대한 평가이다. 그동안 사립대학재단의 운영에 대한 투명성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사립대학 재단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왔다. 이것은 설치대학의 규모나 외형을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임원구성과 운영의 투명성, 이사회 운영를 위한 교직원 수와 소요예산의 합리적 조달 능력, 설치대학에의 불법적인 간섭여부와 재정기여도 등에 대한 평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해서 대학 재단에 대해 평점을 부여(A, B, C 등)한 뒤, 가령 C를 받은 재단에게는 비리근절차원에서 현재처럼 지도감사를 포함한 규제를 하고, B를 받은 재단에게는 더 투명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A를 받은 재단에게는 최소한의 규제외에는 최대한 자율을 부여함으로써 세계 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선도재단들은 세계적인 대학과 경쟁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교육당국도 문제가 있는 대학에 관리를 집중할 수 있으므로 행정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아무리 교육당국이 심혈을 기울인다 해도 전국 4년제 대학 200여개를 어떻게 샅샅이 감시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효과는 대학재단의 자발적인 투명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투명성에 대해 하위 평점을 받은 재단은 구성원들의 관심 속에 스스로 상위 평점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투명성 평가를 2~3년 주기로 하게하면 A평점 재단이 B평점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지금은 C평점이지만 자구 노력을 하여 A평점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공개되면 재단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라도 상위 평점을 향한노력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당국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교육당국의 통제를 통해서 투명하지 않은 대학의 수준으로 평등하게 관리하는 것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하향 평준화된다면 공평할 수는 있지만, 발전과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사립대학 재단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투명한 재단에는 자율이라는 당근을, 그렇지 않은 대학 재단에게는 분발을 촉구하는 윈윈(win-win)전략을 고려할 시점이다. 그런 전제가 성립되면 정부지원을 구차하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여입학제를 당당히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람직한 선의의 경쟁이 될 수도 있고, 반쪽 등록금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1-06-18 오전 10:18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