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은 14일 오후 6시 30분 이 단체 사무실에서 ‘국공립 대학 법인화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학교육 체제개편을 위해 기획한 12회 연속 토론회 중 4번째로 진행됐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법인화 문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법인화 문제는 단순히 서울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참석자 모두 공감을 나타냈다.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는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고등교육의 문제점은 동일한 시장 내에 국립대와 사립대가 같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모순”이라며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대상을 두고 국가와 민간이 경합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와 박정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인화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박배균 교수는 “법인화 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그러나 법인화 추진과정을 보면 학내 의견수렴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날치기로 처리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사태까지 불렀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서울대 개혁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법인화라는 방법은 문제점이 많다”며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자율성을 확대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정훈 교수는 헌법 상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언급하는 등 법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 31조 4항에서 규정하고 있다”며 “법인화가 이뤄질 경우 국립대의 자율성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보장된다. 법률은 헌법에 비해 법적 안정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국립대는 항상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립대의 문제는 현행 법률을 수정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법인화 추진 등 전체적인 판을 바꾸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선영(서울대 교육학 박사과정)씨는 일본의 법인화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법인화 이후 비상근 직원이 급증, 연구 성과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인문학 분야 교수가 줄어들고, 단기적 연구에 치중하는 경향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일본의 경우 법인화 문제에 대해 긴 시간을 가지고 논의했음에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법인화 과정은 성급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보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 과장은 국립대 법인화 문제의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장 과장은 “ 국립대 법인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 국립대가 세계 TOP 10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법인화를 통한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예전에 관철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관철하기 위해 법인화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대학의 비전을 설계하고 대학이 발빠르게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서는 법인화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박보균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이 기득권 집단이라 법인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학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으며, 반드시 법인화 만이 국립대 개혁의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훈 교수도 “법인화 이후 국립대 평가결과가 재정지원에 반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다양한 학문 육성과 양질의 대학 교육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공훈 대표는 “현재 국립대는 권력화됐다”며 “이를 해체해야 학벌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보현 과장은 “법인화를 통해서 교육공무원법 등에 제한을 받지 않고 대학 발전방향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며 “기존에는 품목별로 예산을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대학 자체적 발전계획에 맞는 재정지원을 하겠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