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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교양으로서 인문학을 위하여
이종욱 (한국학술진흥재단 경영혁신단장)
“culture"라는 영어 단어의 첫 번째 뜻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문화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전에서 “culture"라는 단어의 첫 번째 뜻은 ”교양”으로 적고 있고 두 번째 의미를 “문화”로 쓰곤 한다. 교양과 문화의 우선순위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교양과 문화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본다.

올해 학술과 관련하여 학계나 언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 중 하나가 “인문학 위기”였다. 그리고 인문학의 위기라는 담론에서 빠질 수 없는 중심어가 아마도 책일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의 위기에 책은 너무 끝자리에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전성기때 보다는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PC방은 2만여 개에 이르는데 비해 서점 수는 인터넷 서점을 합쳐서 230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초중고생들의 주말 게임 시간과 주말독서 시간의 비교를 보면 더욱 슬퍼지게 된다. 책의 위기는 곧 창의성의 위기고 창의성의 위기는 인문학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경험과 기쁨으로서의 독서는 사라지고 논술시험이라는 미명하에 책읽기의 재미는 바로 공부의 중압감으로 대치된 지 오래다. 그러니 당연히 인문학의 위기는 올 수 밖에 없다고도 보여진다.

인문학의 위기는 1년 또는 5년, 10년마다 주기적으로 오는 정기행사도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시대나 시기, 그리고 국가를 막론하고 인문학의 위기는 늘 있어 왔다. 다만, 그 ‘위기’에 대한 현상과 진단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한 가지 예로 인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문제라고 하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우수한 학생들이 인문학에 등을 돌리는데 있다고 본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과도한 과학기술적 지식증가를 경험하고 있지만 그 판단과 인식의 근본이 되는 인문학적 사고 영역은 오히려 소화 불량에 걸려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연구윤리’ 문제도 결국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집어봐야 한다. 10분 이상 자신 만의 의견을 말하기 어렵고, 자신 만의 글을 쓰라면 단 원고지 한 페이지도 채우기 힘들어 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너무 일찍 많은 숙제를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채 걸러지지 않은 지식이 주입되고 있고 그 지식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 능력 또한 마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얼마나 큰 국가의 재산이 되는지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인문학의 위기는 곧 미래 한국의 위기라고 말하곤 한다.

지난 9월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인문학적 연구 성과의 사회 환원과 사회 전반의 문화경쟁력 증진을 위해 인문학과 대중이 만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을 주제로 인문주간을 개최했다. 미래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문학의 중요성 및 위상에 대해 어느 정도 대중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행사만으로 인문학의 위기가 극복 될 것으로 믿진 않는다. 또한 인문학 진흥이 단순히 연구비의 확충이나 연구자의 육성만으로 인문학의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인문학이 ‘지식자본’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인프라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지원자나 연구비가 적은 학문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도 소외되고 외면 받고 있는 학문이 인문학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국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인문학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책읽기의 출발이 교양이듯 인문학의 출발도 교양으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6-11-06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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