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관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전문대학 경찰행정과에 입학하면서 현실이 됐죠. 4년제 대학에서만 경찰행정을 공부할 수 있었다면 높은 입시장벽 때문에 준비만 하다가 끝났을지도 몰라요. 교도관 시험 합격으로 제가 항상 생각해오던 ‘한국인으로서 잘 살아가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윤서정씨(베트남 명 위옌티찡)
<사진>는 법무부가 16일 발표한 교도관 합격자 명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려 매스컴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법무부가 결혼이주여성을 교도관으로 채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관이 되고 싶었던 이유요? 너무 많은데. 2008년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인 아나벨 카스트로씨가 경찰관이 되는 것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들인 승민에게도 당당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요. 또한 경찰이나 교도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한국인으로서 더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베트남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윤 씨가 4년제 대학 경찰행정관련 학과에 들어가기에는 영어성적, 한국어 능력 등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결국 결혼이주여성에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는 전문대학으로 방향을 바꿔, 2009년 외국인 전형을 통해 강동대학(구 극동정보대학) 경찰행정과에 입학했다.
“4년제 대학에 가야 했다면 아마 입시 준비하다가 끝났을 것 같아요.(웃음) 학교생활은 재밌었지만 어려웠어요. 특히 법과 관련된 과목은 한문투성이라 이해하기도 힘들었어요. 학우들과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학우들이 제 어눌한 한국어 말투를 듣고 많이 웃어서 창피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너는 2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니 일반 학우들보다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라는 교수님의 격려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윤 씨는 재학 중 치른 경찰 시험에서 두 번이나 필기·실기를 모두 합격하고도 면접에서 떨어지자 깊은 실망에 빠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어가 모국어인 학생들과 토론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어려웠던 것. 실망에 빠져있던 윤 씨에게 교수님이 ‘교도관은 어떻겠느냐’며 시험을 권유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섯 번 씩이나 동영상 강의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대학에서 경찰시험과 함께 교도관 시험도 함께 준비를 해 놨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죠. 시험공부에 매진하느라 집안일에 소홀했는데 열심히 도와준 남편도 합격의 일등공신이지요.”
윤 씨는 20일부터 4주간 신규교정9급 과정 교육훈련을 거친 후 정식 교도관으로 임명된다. 앞으로 어떤 교도관이 되고 싶은지 묻자 “결혼 이주여성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됐으면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아나벨 경장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결혼 이주자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면 합니다. 이주여성들에게 ‘나도 열심히 하면 한국사회에 당당히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식이 심어진다면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또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무시’보다는 ‘인정과 존중’으로 바뀌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씨를 지도한 정상완 강동대학 경찰행정과 학과장은 “결혼이주여성이 20만에 육박하는 지금 그들에게 실무 중심교육, 자격증 중심 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직장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수업연한이 짧고 실무중심교육을 실시하는 전문대학이 해야 할 몫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