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등록금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남대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일부 교수들이 제기한 소송비용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립대 등록금 인상요인의 주범으로 꼽히는 기성회비를 학생들과 상관없는 엉뚱한 곳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충남대에 따르면 최근 이 대학 로스쿨 일부 교수들은 “부당 해고된 로스쿨 기금교수들을 복직시키라”는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행정심판 결정에 불복, 재심청구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소송을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은 모두 대학본부 예산인 기성회비에서 사용했다. 소송비용은 10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립대 기성회비는 교육시설 개선이나 학교운영 지원에 사용되는 것으로, 등록금 가운데 약 80%를 차지한다. 학생들도, 전체 교수들도 모르는 일부 교수들의 소송비용에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소송비용을 법대에서 지불해야하는데, 법대에는 이를 위한 돈이 없어 본부에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준 것”이라며 “소송을 위한 변호사 고용 비용 등은 본부 교무과 예산에서 지출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소송 비용뿐만이 아니다. 충남대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기금교수를 우선 복직시킨뒤에 법적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충남대는 이미 2000만원 가량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았고, 복직결정을 이행할 때까지 최대 1억 4000만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더 내야 한다.
이에 대해 본부 관계자는 “로스쿨 교수들이 진행한 소송으로 이행강제금도 로스쿨쪽에서 지급할 것”이라며 “본부에선 소송비용을 지급하고, 이행강제금 등은 법대 발전기금 등에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법대에 이를 위한 돈이 없어 아직 이행강제금을 못 내고 있다. 이행강제금은 법대 자체적으로 발전기금을 모금해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대 발전기금 역시 법대운영에 사용돼야 하는 것으로, 이를 일부 교수 소송비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재곤 로스쿨원장은 “충남대라는 학교기관에서 제기한 소송이기 때문에 학교 예산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학교측 주장은 달랐다. 로스쿨 기금교수 임용부터 해고, 소송 등은 총장을 권한을 위임받은 로스쿨에서 본부와 별도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본부 관계자는 “로스쿨 기금교수 임용은 총장이 전 로스쿨원장에 권한을 위임해 교무처가 아닌 로스쿨에서 별도로 진행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소송수행자도 로스쿨 교수들이다. 교무처는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로스쿨 교수들과 대학본부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학교발전과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할 기성회비는 애꿎은 소송비용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특히 소송 당사자인 기금교수들은 재임 당시 학생들로부터 최우수 강의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이들 교수가 해고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해고된 기금교수 2명은 임용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학술진흥재단 연구교수를 맡는 등 실력을 공인받아 2008년 로스쿨 인가를 앞두고 채용됐다. 한 기금교수는 전체 로스쿨 교수 가운데 강의평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 교수는 재임용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법과대학에 기금이 고갈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해고됐다. 이재곤 원장은 “법과대학 발전기금으로 이들 교수를 임용했는데, 더 이상 기금이 없어 고용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노위와 중노위 행정심판에선 “대학본부 기금이 남아있는 데다, 재임용 평가 없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들 교수를 복직시키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대학발전기금이 있는 한 이들 교수를 해고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로스쿨 일부 교수들이 이 같은 결정에 불복, 복직 결정을 미루자 “기금교수 해고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교수회 한 임원은 “대학본부 발전기금은 충남대발전재단 한 곳으로 모아진다.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법과대학 발전기금 고갈을 이유로 강의도, 연구력도 우수한 교수를 아무런 평가도 없이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표면상으로는 법대 발전기금 고갈이 해고 이유지만, 주변에선 타교출신 로스쿨 교수들이 모교출신 교수들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모교출신 기금교수를 해고했다는 시각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의혹을 낳고 있는 로스쿨 교수들의 소송건과 관련, 충남대 교수회는 공식 문제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교수회 임원은 “본부에서도, 로스쿨 전체 교수들 사이에서도 공식 논의된 바 없는 무리한 소송비용을 학생 등록금으로 썼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오는 9월 교수회 평의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