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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지방대 발전, 획기적 재정지원 필요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수많은 방책들이 수년에 걸쳐 제시돼 왔지만 맘에 쏙 드는 정책도 없었고, 실제로 뚜렷한 성과도 없었다.

최근에도 국회 차원에서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특별입법을 해야 한다는 공론이 있었지만 그 내용의 과실을 따지기 이전에, 아예 입법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의 정부 여당의 잇따른 실정과 정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으로 미뤄보면, 아예 생각을 마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듯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간의 격차가 예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이것은 물론, 대학만의 격차 확대가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의 격차 확대의 한 현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분야까지 지역간의 격차가 존재해야 할 아무런 국가자원 배분전략상의 이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격차는 날로 커져간다.

나는 올해 딸 아이를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서 제주로 보낸다는 옛 말도 있어서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건 참으로 쓰라린 못가진자들의 서러움 이기도 하다.

누가 서울로 자식 공부시키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가? 그래서 옛부터 논 팔고 소 팔아 서울로 유학을 보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옛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자식이 나중에는 고향의 보람이 되고, 고향의 발전에 보탬이 되었기에 온 동네 사람들이 좋아라 했다. 그러나 요즘의 사정은 다르다. 그저 모든 것을 서울로 빼앗기고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 정부가 벌인 여러 실정 중에 단연 압권은 교육정책이다. 꼬집을 데가 많겠지만 소위 BK21 사업은 그야말로 지방대학 죽이기 정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연구중심대학-교육중심대학’이라는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전문적인 정책으로 인해 지방대학은 고사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혹자들은 ‘지방대학 발전’이라는 과제가 지방대학 교수들과 지역민들의 억지라고들 한다. 그러면 우리는 형과 동생이 싸울 때 형을 나무라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형제간의 싸움에서 형을 나무라는 이유는 뭘까?

형과 동생이 어우러져 사는 것은 바로 우리네 삶의 본질이다. 형과 동생이 현재의 힘 크기대로만 싸우면 그 끝이 곧 가인과 아벨의 싸움이요, 가인의 원죄가 아닌가?

미국은 초기 흑인노예제도의 원죄를 씻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그 길이 멀다. 그러한 정책들 중에 소위 흑인을 포함한 소수민족 차등적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이라는 것이 있다. 즉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게는 특별한 대우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적 정의를 이루자는 것이다.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전략은 한가지 뿐이다. 지금보다 열배 남짓한 차별적 투자를 하면 된다. 지방이 서울에 비해 가지지 못한 것은 너무도 많다.

더구나 그 지방이 원래 그랬던 것도 아니고 몽땅 서울에 빼앗긴 때문이다. 우선은 지방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전면적인 장학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아직도 지방에 남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천재들이 많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기숙사가 1개 동이면, 지방대학은 10개 동이 되어야 하며, 서울의 대학에 컴퓨터가 10대 이면, 지방대는 1백대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지방대학의 교수들에게 충분한 교육연구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우선 서울보다는 지방대학 교수를 열배는 늘려주어야 할 것이며, 연구비도 열 배는 늘려주어야 할 것이다.

너무 터무니 없는 요구로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획기적 투자가 아니면, 모두 언발에 오줌누기 일 뿐이다. 그게 싫다면 차라리 지방대학을 몽땅 서울로 옮겨가버리면 될 것이다. 괜히 살려두고 약 올리는 일은 말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2-08-09 오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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