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 때가 되면 누구나 조금씩은 마음이 설레이기도 하고 어수선해지기도 하리라. 특히 졸업반 학생들이 그렇다. 그들 중에는 이미 신입사원으로 직장에 나가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다수의 학생들이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갈 길이 없다니. 유치원부터 쳐서 거의 20년간 형설의 공을 쌓아 왔는데 갈 길이 없다고 하면 이보다도 막막한 일이 또 있을까.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쏟아 부으며 마친 졸업장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일자리 없다고 문전박대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이번에는 기업체들 인사담당자들로부터 학생들과 그 대학들까지 심한 질책마저 듣게 되었다.
“도대체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얼 가르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전경련이 기업체 인사담당자 3백명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찾아 왔던 취업희망자들에 대해서 그 실력을 1백점 만점에 평균 25점을 주면서 이런 말까지 했다.
기업체가 현장에서 원하는 채용기준에 의하자면 이것은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나라의 기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흔히 지녀 온 이런 생각은 심히 잘못된 것이다.
20년간 자식들 교육을 위한 이 나라 부모들의 물질적 정신적 희생은 세계 어느 민족도 따를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기른 인재를 거저 받아서 알량한 봉급 몇 푼 주고 써먹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아무 때라도 뱉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나라 기업들이라면 그것은 심히 잘못 된 것이다.
그 인재들 덕분에 이 나라 기업들이 지금까지 이만큼 성장한 것이 엄연한 사실인 이상 기업들은 대학이나 그 학생들에게 불평하기 전에 기업 이익의 상당량을 마땅히 그리고 언제나 교육을 위해 내 놓으며 사회에 환원부터 한 다음에 불평을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마다 사정은 모두 다르지만 소위 명문대학이라는 곳까지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재정 문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힘뿐만 아니라 수혜자 원칙으로 보더라도 당연히 대학의 재정문제는 대학의 인재들을 수십 년간 거저 데려간 그들이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또 정경유착으로 일그러져 온 자화상에 대한 반성으로서도 더 많이 그래야 한다. 그리고 이 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의 1백분의 1만큼이라도 기업이 교육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이에 기여한다면 그렇게 뿌린 씨앗은 또 몇십배 또는 그 이상으로 뿌린 자에게 보답을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