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부모들이 사치와 낭비가 아니라 사교육비로 세계 1등의 금메달을 땄다는 것은 여간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부모들의 거룩한 희생이며 자식의 미래는 곧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애국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비의 내용에 있다. 그것이 만일 정상의 궤도를 벗어난 교육열 탓이라면 칭찬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호랑이 등에 매달린 사람처럼 뛰어내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가 되어 있다.
아이들을 어릴 적부터 각종 학원으로 내 모는 이유는 부모들의 부질없는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일류대를 보내자는 것이며 자식들이 장차 세상에 나가서 겪게 되는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거기서 결정된다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류대 학벌주의가 절대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일류대 배지 값이 사교육비의 투자율과 비례한다고 믿는 이상 끝없는 사교육비 경쟁은 말릴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것은 가진 자가 가진 것만큼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가정을 파괴한다. 처자식을 외국에 내보내 놓고 혼자 남아서 일하며 송금만 하는 외기러기 아빠의 파괴된 가정은 비극의 극치다.
또 이것은 사회 전체를 파괴한다. 보통의 가장들이 보통의 정상수입만으로 그런 사교육비 충당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부차적 수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사회를 부패사회로 만드는 원천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이렇게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는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공교육 때리기만 일삼는 것이 언론일반의 경향이다.
과연 그럴까? 말인즉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학교교육은 대체적으로 정상적인 교과과정을 밟아 나간다. 정상적인 교과과정은 정상적인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지 객관식 문제만 잘 풀고 특정 과목의 점수따기 선수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외면하고 수업종료시간만 기다리다가 학원이나 비밀 과외지도 도사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제대로 정상궤도를 달리니까 여기서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고교평준화마저 없애서 공교육마저 입시경쟁터로 만들려는 주장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이로 말미암은 파괴력은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물론 일류대입시 경쟁이 어떤 제한도 없이 사교육비의 무한경쟁이 된다면 그 것으로 이득을 보는 특수계층은 따로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부와 권력과 사회적 신분은 대를 이어가며 상속될 것이고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모든 문제가 학벌주의에 있는 이상 이 문제는 대학을 운영해온 대학의 책임자들이 그 해답 찾기에 전력을 기울여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