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렇게 텅 비어 있는 썰렁한 강의실은 지금도 많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 당시와 같은 민주화운동 때문이 아니다. 학기 초부터 비어 있었다. 정원을 처음부터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쯤 채웠더라도 등록만 하고 서울의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또는 서울의 다른 대학들이 편입생으로 빼간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또 고교졸업생수가 대학정원보다 적고, 학생들이 3수 4수를 해서라도 수도권으로만 몰리려고 하는 이상 지방대학일수록 빈 강의실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 논리다. 이렇게 빈 강의실이 늘면 결국 빈 캠퍼스가 된다. 영산대 공주대 등에서 다른 대학과의 흡수 통합이 추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에 대하여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다만 폐교대학 재산을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정부가 사들이는 안 정도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니 딱하다.
이런 일은 벌써 오래전부터 예견했으면서도 왜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아주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제 우리는 좀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대학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대학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처럼 이나라 국민만을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다수 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해외의 대학에서 다시 학업을 계속하듯이 대학은 전세계의 교육기관이며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고교졸업생수가 대학정원보다 적다는 것만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부가 2010년까지만 한시적으로 폐교대학의 재산을 사주겠다는 것도 그때부터는 고교생수가 다시 증가하게 되고 따라서 정원부족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되리라는 예측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 대학이 여전히 우리만의 대학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만일 우리가 해외로 나가듯이 외국학생들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고교졸업생수는 거론조차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이 되어야 그 대학이 제대로 대학의 기능을 지니는 것이다.
세계적인 대학은 반드시 일류대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어느 대학에 가야만 그 교수를 만날 수 있고 그 학문을 할 수 있다는 조건만 갖추면 그 대학은 세계적으로 문이 열린 세계적인 대학이 된다.
상위권대학에만 거금을 지원해줘야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작은 대학이라도 이런 변화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계적으로 문을 열어 나가야만 지방의 작은 대학들은 물론이고 우리 대학의 세계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