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최근의 한국사회는 모든 분야에 있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은 민주주의의 정
착이라는 국내 정치 변화도 한 요인이지만, 지구촌 시대로 들어서는
국제적 환경 변화도 큰
요인이다. 이제는 교육 분야, 특히 대학도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오직
진리만 추구하던 "상아
탑"적 전통에만 안주 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학도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조직
체계와 그 운영에 있어 개방적인 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
오늘날의 대학은 행정의 급속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야 하는
개방체제(open
system)이다. 이러한 개방체제로서의 대학은 그 발전이 대학의 중요정책을
결정·집행하고
대학의 전반적인 행정을 직접 관리하는 총장의 역할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총장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대외적으로 대학을 대표하고
기금 등 대외적
지원을 유치하며, 대내적으로는 대학행정을 민주적으로 원활히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
구성원간의 갈등 내지 분규를 조정·해결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수행을 위하여
대학총장에게는 학문적 업적과 덕망은 물론 탁월한 경영 및 정치능력이
요구되고 나아가 국
제적 감각까지 강조된다.
□ 총장선임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1987년 정치적 민주화 물결과 더불어 교육의 민주화와 자율화 추세에
힘입어 실정법의 근거
도 없이 몇 개 대학으로부터 출발한 교수들에 의한 총장 직선제는 급속히
다른 대학으로 확
산되어 갔다. 교육부에서는 처음에는 제지하다가 교육부 지침 시달을
통하여 당해 대학에서
총·학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총·학장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도록
하였다. 1991년에는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을 통하여 마침내 국공립 대학은 자체적으로
총·학장을 선임할 수 있
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였고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재단이 총장을 임명하거나 또는
교수직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 총장을 직접 임명하고자 하는 법인이사회 측과 교수직선으로
총장을 선출하고자
하는 교수협의회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사립대학의 총장선임에 관한 근거 법령은 사립학교법 제 53조이다. 즉,
각급 학교의 장은 당
해 학교를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법 경영자가 임면하도록
되어 있다(동법
제53조①). 각급학교의 장의 임기에 관하여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학교법
인 및 법인인 사립학교 경영자는 정관으로, 사인인 사립학교 경영자는
규칙으로 정할 수 있
도록 규정되어 있다(동법 제53조③).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교수들에 의한 총장직선은 과거
군사정권시대의 중앙집권적 통
제적 대학정책에서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염원하는 학생과 교수들의
민주화·자율화 운동으
로 얻어진 것으로 한국 고등교육발달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교수
의 총장직선제는 대학운영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총장선임의 직선제가 갖는 장점과 기여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직선제의 문제점
들이 노정되어 왔다. 총장 직선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대학내의
파벌형성, 과열선거운동
으로 인한 학내 분위기 저해,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나눠먹기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는 총장
의 소신있는 경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총장 직선제는 교수협의회 등이 주도하고 대학 경영 전반에
걸쳐 교수협의회의
영향력이 막강해 지면서 총장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대학경영이
합리성이나 효율성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교수협의회와 대립.타협하는 파행적이고 소모적인 양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
리고 '자기 사람 심기'등의 인사 부조리와 연계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선거 당선 후 총장의
논공행상 또는 인사권 행사에 있어서 특혜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학연,
지연 등의 폐쇄성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총장 직선제는 과열선거운동으로 대학내에 파벌을 조성하고
선거 후유증으로 대
학내에 갈등 요소를 상존하게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총장 선출이
교원들만의 직선
으로 이루어져 학생과 직원측의 의사가 무시되고 임명권을 가진 정부 및
법인측 의사가 무
시되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 총장선임의 개선방향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세계화 시대에 우수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발전의 핵심요소는 구성원의 노력과 총장의 리더십이다.
적임총장을 선임하는
것이 현재 한국대학 발전의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 대학의 총장
선임제도를 참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총장 직선제가 안고 있는 당면한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시사점
내지 정책 방향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학의 목표와 특성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그러한
목표 수행에 적
절한 총장을 선임하여야 한다. 대학총장의 자질로 학문적 지도자,
재정관리자, 창의적 개혁
자 등을 요구하지만, 총장이 만능일 필요는 없다. 대학의 유형별 특성,
구성원의 요구 등에
따라 강조되는 총장의 자격이 다양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 현재의 총장
직선제는 주로 교수만의
참여인데 동창회 대표, 직원 및 학생 대표도 적은 비율이더라도
참여시키는 것이 다른 나라
의 관례이다. 학생의 경우 전문성이 부족하고 총장이 학생의 인기에
지나친 관심을 갖게 되
는 우려가 있는데 이 문제는 일본의 경우처럼 일정 비율의 학생 신임을 못
얻는 경우 후보
에서 제외하는 제척제도를 응용할 만하다.
셋째, 총장 선출 방법을 국가가 법령으로 획일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학의 전통과 규
모, 성격 등에 따라 대학 스스로 선출 방법을 규정하고 공정한 선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대학들의 교수협의회를 통한 직선제는 그 부작용이 많으니
일본의 경우처럼 평
의회나 추천위원회에서 바로 후보자를 선정하고 전체교수 등에 의한
결정선거를 2차로 하든
지 또는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처럼 총장선출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된다.
자유와 평등 등 민주주의 사상을 신봉하고 모든 제도와 기구에 이를
실현시키려는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서 총장선임은 모두 간선제로 하고 있음은 매우 의아스러운
점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모든 기존권위를 타파하려는 혁명에 가까운 학생소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성원 전체에 의한 총장직선제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직선제가
반드시 가장 최선
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과 비효율성과 낭비적인 측면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프랑스의 교육연구단위장(학부장)의 선거가 실시되지만
사실상 순번제로
운영됨으로써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총장선임위원회 구성은 교수대표가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동창회,
직원, 학생 대표도
소수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간선제의 가장 큰 문제는 총장
후보자들이 몇 명 안 되
는 선출 위원들을 학연, 지연 등을 통한 포섭이 가능하여 공정한 선출을
할 수 있느냐이다.
사실정향적인 문화의 정착이 선결과제인데 가장 양심적인 교수대표들을
믿고 경험시킬 수밖
에 없을 것이다.
직선제이든 간선제이든 현행 법령을 구태여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 3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학의 장 임용추천위원위를
구성하고 동 추천위
원회가 직접 선출하던지, 교원의 합의된 의사 즉 교수직선제로 하든지 그
결정을 대학 자치
에 맡긴 현행법령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교수 직선제의 부작용이
심각하면 대학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자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내부
갈등이 얼마나
큰 불이익인지 스스로 경험하는 것도 대학성장의 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국공립대학의 경우 통상 교수회에서 직선제 선출을 하고
있다. 직선제 선출
에 따른 파벌 형성 등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열된
선거운동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고 한다. 일본사회가 안정된 풍토를 선호하고 일단 순번이
정해지면 순응하는
기본적 분위기에 영향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대학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지나친 내
부 갈등은 자제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공립대학도 그렇지만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의 자
치가 대학운영의 대전제로 되어있다. 이사회가 총장 선임에 관한 규칙을
정하여 자치적으로
선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학의 자치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만 미국식의 간선제도를 적극 활용하기 위하여는 각종 대학 평가에서
총장선출절차 및 리
더십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할 필요가 있다. 총장선출과정의 개방성,
공정성, 대표성, 능률성
등이 평가항목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미국이나 유럽식의 총장간선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총장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
행 대학행정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유럽 대학의 경우 총장 한 사람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다. 단과대학이나 교육연구단위 등에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실제 연구학문활
동에는 교수 개인들의 재량권이 많이 있다. 대학행정의 운영에 학생,
교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대의기구 통로가 보장되어 있고, 특히 교직원들은 노조활동 등
집단행동이 가능
하다. 따라서 대학총장을 간선으로 선출하더라도 커다란 불만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다섯째, 국공립대학의 운영과 정부의 관계에서 정부는 총장선임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
직하며, 간선제인 경우 위원회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대학 총장
선임권이라는 대
학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이어야 한다. 국공립대학은 정부가
총장을 최종 인준하게
되는데, 선임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인정이어야 한다.
여섯째,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의 부당한 전횡이 많은 경우에는
교수협의회의 직선제가 아직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학교 정관에 협의회의 총장 후보 선출
권한을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법령에 근거 없이 사실적인 힘의 행사는 대학에서
지양되어야 할 사항이
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의 자치를 최대한 존중하여 다양한
총장선임방법을 수용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총장후보를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대학내 교수로 국한할
필요가 없다. 개방
사회에서 유능한 총장을 널리 공개하여 선임하여야 한다. 또 총장의
자격을 박사학위가 있
는 교수로 제한할 필요도 없다. 실무 경험이 많은 전문인도 총장 후보로
응시할 수 있도록
대학 체제가 개방 체제로 변화되어야 한다.
미국대학의 경우에는 매우 개방적 모집이나 유럽대학의 경우에는 비교적
폐쇄적이다. 유럽
의 대학총장이 대체로 그 대학의 정교수급에서 선출되는 폐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학의
운영방식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이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정부예산에 의하여 대학
이 운영되고 있어 일종의 기업가와 같이 외부의 재원을 유치하는 등의
역할이 덜 중요시된
다. 학문공동체로서 그 대학의 전통과 학문연구 업무의 본질을 잘 아는
내부인사를 중시한
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대학이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총장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자
기 대학의 목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총장을 선임하는 것이
대학 발전의 관건
이다. 정부의 간섭 이전에 대학 구성원 스스로 편협한 이해 관계를 떠나
가장 합리적인 총
장 선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대학 자치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제도의
잦은 변경보다 운영
의 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교원대학이 간선제를
대학 스스로 선
택하여 실시한 바와 같이 다른 나라에서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간선제
제도도 조심스럽게 응
용하여 새로운 경험으로 보다 능률적이고 민주적인 총장선출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