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여기에 몇 가지 이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에는 3백55개의 대학들(전문대 포함)이 있는데 소위 명문대가 아닌 전국에 소재한 다른 모든 대학들은 서까래(들러리)감을 양성하는 것인가? 나라와 인류의 대들보감은 서열화된 학벌과 계층화된 학력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양성되고 배출될 수 있다.
둘째, 명문대생은 비명문대생에 비해서 인격적인 자질이 우수하다는 인식과 기본소양이 탁월해야 된다는 가정은 어디에다 근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만일 연세대에서 일어난 사건이 ‘다른 곳’(예를 들면, 지방전문대)에서 일어났더라면 기고자가 표현한대로 그렇게 ‘통탄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유독 일개 대학인 연세대에서 일어난 그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 국가의 대들보감이 썩어간다는 위기감을 확산시키며 우리 스스로를 자괴감에 젖어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그런 행동을 한 학생들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건강한 학교와 건전한 사회 내에는 소수의 다른 의견과 행동들이 얼마든지 존재하고 또한 그것들을 받아드릴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있는 곳이다.
셋째, 기고자는 도덕적으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이런 사람은 아예 대학에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변했는데, 좀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간(갈) 사람은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대학에 못 들어간(갈) 사람은 도덕적으로 열등하다는 발상은 지역감정보다 더 무서운 편협한 도덕적 엘리트즘(moralistic elitism)이다.
기고자는 이번 사태를 목격하면서,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정녕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대상은 무엇이고 수치심을 가져야할 사람은 누구인가. 학벌을 취득하고 스스로 국가의 대들보라고 자처하면서, 정치적 권력을 향유하고, 사회적 명예를 독점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누리는 채, 학력이 미달된(?) 사람들을 끊임없이 평가절하하면서, 신판 신분제인 학벌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기득권 지식인들이 아닌가?
학벌의, 학벌에 의한, 학벌을 위한 교육풍토 속에서, 학벌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우리들의 고질적인 의식을 단호히 처단하지 않고서는 어떤 교육정책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봉건체재에서 양반과 상놈으로 신분을 서(우)열화 했듯이, 우리사회가 구성원들을 명문/비명문, 고학력/저학력 등의 획일화된 잣대로, 편 가르기를 계속하는 한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