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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일부 사립재단의 어리석은 길
언젠가 모 대학 총장실에서 국회 문공위원들에 대한 로비문서가 나왔다. 학생들이 학내문제로 총장실을 점거했다가 발견한 것이다.

거기에는 지금의 민주당 최고위원 모씨가 문공위원장으로 되어 있고 그를 비롯한 문공위원 전체를 여러 사립대학 재단들이 분담해서 교육법 개정을 위한 로비를 하도록 적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연세대, 고려대 등 세칭 명문대는 없었다. 대표성을 띌 만한 큰 대학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자면 당시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절실하게 갈망했던 대학들은 비일류 비명문대학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대학들은 모두 문공위원 한 명씩을 떠맡았는데 오직 덕성여대만은 문공위원장을 비롯해서 두 명을 맡고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입법부가 법을 만든다면 그 주변에 로비스트들이 우글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다만 그 로비가 어떤 형태로 먹혀 들어가느냐 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사람들은 쥐를 잡기 위해서 그들에게 쥐약을 먹인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쥐약을 가장 잘 받아먹는 짐승은 쥐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소문이 있다.

물론 이 쥐약은 청산가리도 아니고 탄저균도 아니고 수표다발이다. 그리고 이 수표다발은 가끔 사과상자로 바뀌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간절히 원하며 문공위원들을 분담했던 당시의 대학재단들이 어떤 방법으로 로비를 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소문은 무성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목적달성을 했고 이때부터 일부 재단이사장들은 합법적인 무법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억울하게 해직된 교수에 대한 복직운동을 하면 또 그 교수를 내쫓는다. 그리고 휴직과 감봉처분 등 온갖 방법으로 그들을 괴롭히며 미운 교수들은 결국 하나 둘 다 떠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늘 합법적이다. 합법적이니까 절차도 간단하다. 겨울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 개강이 내일인데 어떤 교수는 이틀 전에 '임기만료' 통고를 받는다. 해임의 어떤 이유도 그 종이 한 장에는 기록되지 않고 있다.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로비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립학교 법이니까. 그리고 이 악법은 그동안 정권도 바뀌며 여러차례 문제가 제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다. 역시 국회의원들이 쥐약을 잘 받아먹어 온 탓일까?

이런 악법을 가장 잘 이용해서 끊임없이 소요가 계속되어 온 대표적인 대학이 덕성여대다.

로비 대상을 두 배로 맡았으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상지대도 그랬었다. 그러다가 상지대는 마침내 관선이사체제로 들어가고 지금은 시민대학으로 만들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사장으로 있었던 김문기는 아직도 법정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상지대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덕성여대도 관선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면 임기만료로 끝난 박원국 전 이사장은 어찌 될까? 물론 되돌아갈 기회는 아직 남아 있지만 숙명여대, 인천대, 상지대 등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일제시대부터의 근화학원에 그 든든한 재력이면 지금쯤 누구나 알아주는 명문대 서열에 섰을 터인데 왜 로비문서 따위나 만지다가 이렇게 되어 가고 있는지? 지배계급의 로비문서를 '노비문서'로 착각하고 과거 지배계급의 망령에 사로잡혀 온 탓일까?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1-11-03 오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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