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우리 한국대학신문은 이같은 연기와 함성 속에서 태어났다. 난세에 태어났으니 앞길이 순탄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한국대학신문은 대학의 정론지로서의 깃발을 당당하게 날리며 범대학 전문지로 등장한 최초의 신문이니 시련과 모험은 스스로 선택한 가시밭 길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군사독재 정권 이후까지도 한국대학신문은 때때로 정치적 탄압을 받았지만 정론지의 깃발을 한번도 내린 일이 없다.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대학신문이 이처럼 뚜렷하게 정론지로서의 이념을 고수한 까닭은 이때까지 각 대학의 교내신문은 있어도 이 나라 대학의 전반적 상황도를 객관적 거리에서 오감하며 이 나라 고등교육의 현황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불로서의 전문언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후 한국대학신문은 전국적인 취재망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전산화를 통한 방대한 대학정보센터의 확고한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이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한국대학신문이 좀더 분명히 굳혀 나갈 방향은 정책언론이다.정책언론은 자칫 분수에 넘친 언론의 오만으로 비추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나라에서 고등교육의 기능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는 이상 현실의 문제성을 극명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침묵을 지킬 수는 없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 나라 지도층의 다수는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며 끊임없이 탐욕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가 이 나라의 잘못된 교육에 의하여 만들어진 불량품들이다.
대학은 지식과 재능만 키워주고 있을 뿐 올바른 사회적 사명감과 국가관과 건전한 인간적 정서를 키워주는 데는 실패해 옴으로써 너무 많은 불량품을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이 최첨단 무기와 막대한 자원으로 힘없는 나라들을 가차없이 짓밟고 어떤 운명으로 몰아 넣어 버릴 지 모르는 이 살벌한 21세기에 한국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땅은 비좁고, 그나마 분단돼 서로가 적이 되고, 또 강대국 사이에 끼어 눈치보기에 바쁘고 자원은 없는 이 나라. 여기서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길러 내는 길밖에 더 있을까?
더구나 21세기는 석유나 땅덩어리같은 물적자원이 아니라 인적자원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이 나라의 대학들은 양적 팽창만 거듭해 오고 있을 뿐 근원적으로 잘못된 입시제도 하나 못 고치고 오리무중의 미로만 헤매오고 있다. 그리고 물론 이에 적극 관여해온 교육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대학신문이 대학 정책언론을 표방하고 나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때로는 일부 대학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격려를 받으며 지켜온 이 깃발을 계속 높이 휘날릴 것이다.
13년은 비록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그동안의 시련만큼 성숙하고 단단해진 것을 자부하며 창간 13주년의 이 날을 자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