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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김우종의 대학시론> 아프간의 토끼와 한국 토끼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었던가?

기혼여성 4분의 1이 과부가 된 나라. 10명 중 10명이 가족을 잃은 나라.

8명 중 1명이 전쟁으로 팔 다리가 잘리거나 눈이 멀어 장애인이 된 나라. 도시 전체가 거의 파괴돼버린 잔해더미 속에서 살거나 그것마저도 없는 움막에서 살며 온 국민이 난민생활을 하는 나라. 10명 중 8명이 모두 폐허 속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사는 나라.

4명 중 3명이 의사도 약도 모르고 사는 나라. 여자들은 10명 중 1명이 겨우 글을 읽고 남자들은 4명이 글을 읽는 나라. 아이들은 거의 아무도 학교에 가지 않는 나라. 그리고 이미 어렸을 때 4명 중 2명은 굶주리다가 영양실조로 죽어 버리고 있는 나라. 살아 남아도 평화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라는 나라. 그리고 소련군 철수 이후에도 내전과 미국의 미사일로 모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경험이 있으며 앞으로도 10명 중 9명은 전쟁으로 죽게되리라고 믿고 있는 나라.

이곳이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런데 앞으로 10명 중 9명이 모두 죽게 되리라고 믿는 그 전쟁은 누가 일으키는 전쟁일까?

그들은 이미 잃을만큼 잃어서 더 잃을 것도 없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황폐한 땅을 소련의 뒤를 이어 미국이 이어 받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씹어 먹다가 뱉어버린 후 미국이 뒤를 이었듯이 미국은 꼭 같은 일을 또 아프간에서 반복하려는 것일까?

그런데 온 세계는 지금의 사태가 월남전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그동안의 반미 아랍국가들까지도 거의 모두 형제국인 아프간에 등을 돌리고 미국의 눈치를 살치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 미국에 겁을 먹고 있나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살아 남은 그들도 정말 10분의 9마저 죽어 버리고 온 세계는 이를 외면해 버리는 일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이것을 보면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일찍부터 미국 편이니까.

그러나 미래의 역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결코 영원한 것일 수 없다. 그래서 아프간 사태를 보면 자주적 역량이 더욱 절실해진다.

그런데 그 자주적 역량은 무엇인가? 미국의 비싼 무기, 말썽도 자주 일으키는 그것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이 우리의 자주국방인가?

그게 아니다. 자주적 역량은 지식밖에 없다. 분단이후 지금까지 이만큼이라도 살아온 것은 엉터리 대학 졸업장이라도 따려고 온 국민이 교육에 힘쓰고 그것이 힘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자원도 거의 없는 우리가 개발한 그 써먹을 수 있는 밑천은 두뇌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무한한 자원이다. 그리고 두뇌 하나만 잘 쓰면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살아남는다는 것을 우리의 민간설화에서 배워왔다. 우리 토끼는 항상 두뇌를 써서 호랑이를 골탕먹이니까. 공부를 잘 한 한국 토끼다.

그러고 보면 아프간이 이 지경이 된 최대의 원인은 이 나라 토끼들이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국가예산 등을 교육에 과감하게 배정해야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따지기도 많이 하면서 교육부에 돈 더 주자는 얘기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1-09-22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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