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선생은 교사나 학예가 뛰어난 사람 기타 남의 직함 밑에 붙이는 존칭이다. 그리고 박사는 존칭이 아니다. 그런데 이승만은 ‘박사’를 좋아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승만 박사’라는 호칭이 그대로 널리 쓰인 것은 그가 그만큼 ‘박사’를 좋아했고 국민들은 그것을 대단한 존칭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양반계급들만 공부해서 특권을 누리던 시대를 거쳐서 다시 일제식민지배에서 무식의 설움으로 한이 맺혔던 한국인이 ‘박사’를 그처럼 높은 벼슬로 알아주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지금은 해외에까지 나가서 아무리 잘난 박사를 따와도 돈 못 벌고 40 넘어 50을 바라보면 천한 신세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박사들이 아주 많다.
지식이 국력이요 지식에 생존권이 걸려 있는 21세기 한국에서 이것은 당사자들의 불행만이 아니라 너무도 우매한 국가적 손실이다.
다행이 교육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꽤 관심을 기울여 온 것같다. 학술진흥재단이 박사후연수과정 지원에 금년에는 50억원을 증액하여 4백억원을 배정한 것도 그렇다. 그리고 금년에 기초학문 육성 지원으로 1조2천1백20만원을 배정한 것도 그렇다.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된 연구과제 중 1억원이 배정되는 소형에는 반드시 미취업 박사학위 소지자가 2명 이상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돼 있고 중형에는 5명, 대형에는 10명이 참여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지도교수의 활동비는 연 3백만원 정도로 제한하고 미취업 박사들은 2천만원 내지 2천4백만원 정도로 해 놓고 있다.
여기서 기초학문 육성지원은 그걸 외쳐온 교수들의 주장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지만 교문 의 박사 실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내년 예산은 어떻게 되나? 그들은 해당 대학의 연구원 자격으로 참여하는데 1년 후에 연구가 끝나면 다시 교문 밖으로 쫓겨나나? 지금의 미취업 박사들이 이 나라의 지식기반 구축에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인재들인지를 새삼 설명한다면 그것은 잔소리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에 대한 항구적인 근본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첫째, 우리는 이들이 일평생이라도 국가차원의 연구원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연구원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포스닥도 딱 1년, 기초학문 연구직도 딱 1년이면 그만인 식의 지원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둘째, 연구직만이 아니라 강사직 교수직도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안하지만 퇴직교수들부터 지나친 미련을 버리고 퇴직교수답게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떠나기가 너무 아쉽다면 담당 시간도 최소화하고 퇴직 기간도 제한해서 신진들의 새로운 참여의 길을 터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자들도 살고 나라도 산다.
셋째, 그들이 아무리 무명의 박사들이라도 그들의 업적을 마땅히 정당하게 평가하고 기록에 올려 줘야 한다. 연구는 대개 그들에게 맡겨져서 해냈는데 결과물은 지도교수가 흔히 자기 이름으로 출판하고 자기 연구업적으로 올리는 관행은 매우 비도덕적인 것이다. 어서 시정돼야 옳다.
왕성한 의욕, 발랄한 재기, 충만한 지적 호기심과 모험정신의 젊은 박사들을 이대로 계속 방치하며 그들에게 좌절감만 준다면 앞으로는 멍청한 바보들만 박사과정을 밟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