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 때쯤이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첫 눈이 내리며 한 해는 그렇게 저물어 가기 시작한다.
새들도 해가 저물면 둥지로 돌아와 긴 잠을 자며 꿈을 꾸는데 한 해를 보내며 긴 방학을 맞이하는 우리는 무슨 꿈을 꾸게 될까. 혹시 오늘의 젊은이들은 그런 꿈꾸기조차 잊어버린 가엾은 인간형으로 변형되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인간의 문명은 꿈의 결실이다.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도 놀라운 세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이나라 젊은이들, 지금의 공부하는 학생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고, 잃어버림으로써 꿈이 있다는 것조차도 잊어가고 있는 것같다. 기성인들이 만들어낸 우리의 교육제도 교육풍토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자유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제 돈 내서 제 밥 먹고 자기 의지로 써낸 수강신청서에 따라 강의를 받고, 자기가 선택한 대학에서 선택한 전공을 이수해 나간다.
그렇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강요하는 온갖 학원공부부터 시작해서 대학입시 준비하며 진학할 때까지 이미 만들어진 몇 가지 유형의 쇠판대기 위에서 구워진 붕어 빵 신세가 된다.
창의력이나 개성이나 취미나 자기 철학 따위는 완전히 산소용접기로 밀폐당한 채 오로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의 철판에 갇혀서 OX문제 4지선다형 문제를 풀며 남들이 요구하는 기성품의 하나가 되어 간다. 그러니까 누구나 기계적 대량생산품의 하나일 뿐 정교하게 개성을 살려 가며 공들여 만들어진 수제품은 하나도 없다.
수능고사 점수에 의해서 인생의 서열이 정해지고, 선생님이나 부모 몰래 장편소설 읽고 영화와 음악과 그림 감상하러 다니고 산과 들을 찾아다니면 대학도 못가서 3류인생이 되기 쉬운 현실속에서 과연 어느 누가 꿈을 꾸며 자기만의 인생설계도를 그려 나갈 수 있을까.
대학에 들어 갈 때도 그렇지만 취업도 일류대 서열문제요, 사법 행정고시라는 벼락출세 길도 모두 꼭같은 몰개성 몰인격의 우스꽝스러운 제도과정을 밟는 꼬인 이상 대학 4년간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행히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같은 '붕어빵틀'로부터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해방시키려고 하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다. 붕어빵장수(입시학원)들이 그렇고, 고액과외시키며 붕어빵을 열심히 먹여온 일부 부모들이 그렇고, 이들을 부추기는 일간지 언론매체들이 그렇다. 지금 한창 '수능총점 공개하라'고 외치는 것도 그런 무책임한 선동기사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같은 체제속에서 언제까지 그대로 길들여지며 짖는 것조차 잊은 애완견처럼 살아가야 할 것인가. 입학 때까지는 반항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하더라도 대학생이라면 지금이라도 자아회복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갈매기 조나단'처럼 꿈을 꾸는 새, 생각하는 새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와 역사가 진정으로 기다리는 한국인이며 가치 있는 인생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 긴 겨울방학동안 우리는 많이 생각하며 잃었던 꿈을 찾고 자아를 되찾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