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썰렁∼"
늘 이러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에서 수 백명 학생들 앞에서 서 본 나에겐 이젠 익숙하다. 학교를 찾아오는 학생들은 다양하다. 소풍이라고 해서 자의반 타의반 끌려온 학생, 대학탐방 동아리 활동으로 찾아오는 학생 등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는 모르지만 많은 학생들이 방문을 한다. 우리는 언제나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여줄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오늘은 어떤 학생들이 올까 하는 걱정 섞인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을 준비한다.
지난해 처음 단상이란 곳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봤을 무렵 경상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왔었다. 너무도 순수한 학생들이라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들에게 "고려대 학생들은 두 개의 지하철역을 이용한답니다. 고려대역과 안암역인데요, 여러분들도 지하철 많이 타보셨죠?"하며 장난스레 물음을 던지자 한 학생이 자랑(?)스러운듯 "그럼요! 10번이나 타 봤어요!"라고 답했을 땐 너무 귀엽고 순수한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와 혼이 난 적이 있었다.
남자 홍보도우미들은 여학생들한테 늘 인기가 좋다. 특히 요즘 성시경이라는 고려대 재학생 가수 때문에 고려대 남학생의 전통적인 인상이라 할 수 있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대하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예쁜 홍보도우미들은 많이 시달린다. 남자친구가 있느냐, 진짜 고려대에 여자가 있느냐는 둥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질문으로 자신의 관심을 보인다.
한번은 정말 키도 크고 씨름선수 같은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 투어를 한 적이 있었다. 반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친구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형!" "왜?" "불 좀 빌려 주세요." 라고 말했을 땐 평소 같았으면 뭐라고 한마디쯤 따끔하게 해주겠지만 학교를 찾아온 손님이라는 생각에 " 불? 너 많이 추운가보네. 불 달라는 거 보니까. 그럼 투어 일찍 끝낼테니까 학교 앞에 따끈한 국물 사 먹어."하며 좋게 말을 했다.
황당한 일도 있었지만 뿌듯한 일도 있다. 올해 1학기초 학교에서 친구들과 밤새워 공부를 하고 학관 식당에 갔을 때 뒤에서 "저기여!"하는 소리와 함께 전혀 모르는 여학생이 내 앞으로 왔다. 내가 뭘 떨어뜨렸나 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릴 때 "혹시 홍보도우미 아니세요? 작년에 투어 왔었는데 기억하세요?" 하며 여학생이 말하는 것이었다. 캠퍼스 투어를 하고 나서 고려대에 꼭 오고싶어 열심히 공부했다는 여학생, 아니 그 후배가 홍보도우미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홍보도우미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느꼈다.
가끔 학교에서 준비한 여러 행사에 까마득하게 높은 선배들이 방문한다. 대학 시절의 향수를 찾아보려고 도우미에게 물어보고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이 약간의 씁쓸함을 가지게 되는 한편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래서 나이가 들어도 학교를 다시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홍보도우미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것도 학창시절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에 있는 사람들을... 이것은 나에겐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우리 학교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우미로서 뿐만이 아닌 오빠, 형으로서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학교를 알리고 자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람 냄새 짙게 맡을 수 있는 뿌듯함과 때로는 쓰디쓴 씁쓸함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홍보도우미이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어느 강의보다 값진 수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