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물론 그것은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이 지배자가 되기 위해 대중선동의 수단으로만 내걸었던 이념이니까 애초부터 망쳐먹고 있었던 유토피아지만.
그런데 또 하나의 유사한 유토피아가 있다. 영국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미래소설로서 그려낸 『멋진 신세계』가 그렇다.
여기는 근대과학이 발달한 미래사회이기 때문에 노동자 농민이 과학기술자로 바뀌고 고상한 예술가들도 있다.
기술자와 예술가는 다같이 아티스트들이다. 전문적인 자기 재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우리말로 표현하면 환쟁이 미쟁이 등 장인계급이며 그들은 훌륭한 재능으로 땀흘려 일하면서도 가난하고 억울한 피착취계급이었다.
그런데 헉슬리의 미래사회에서는 이들이 가장 잘 살고 있고 또 그들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깐 이것은 그들의 유토피아다. 다만 볼셰비키의 유토피아와 다른 것은 이들이 망치나 낫을 쥔 사람들이 아니라 과학기술자로 바뀌어 있고 사랑받는 예술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이 누구로부터도 지배받지 않는 이유는 국가운명의 모든 업무를 과학기술이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헉슬리는 1930년에 이걸 쓰면서 미래의 이같은 과학문명세계를 조금은 야유했지만 이것 역시 볼셰비키의 그것처럼 헛된 유토피아로 끝나는 것일까?
그러나 오늘의 문명을 보면 헉슬리의 유토피아는 반드시 환상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행정부나 국회가 국민을 통제하지만 과학이 만들어 낸 기계에 인간이 인질로 잡혀 버리는 사태는 이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는 특히 정보기술이 만들어낸다. 그 위력은 대단하기 때문에 그 기술만 많이 팔면 그것은 국가경제발전의 최대의 업적이 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핵무기 못지않게 국가의 생존권을 좌우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고등교육은 특히 이공계에 더많이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오히려 해가 갈수록 입학지원자도 감소추세에 있다. 1995년도 수능고사의 이공계지원자는 43%이더니 작년에는 27%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학생들은 의대나 간다면 모를까 아니면 법과 경영학과 또는 영문과 등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이공계가 다른 전공만큼 장래성이 없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을 해도 이공계는 상대적으로 승진이 빠르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연구원직도 얼마후에는 승진도 어려워서 외국으로 빠져나갈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 전경련에서는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1백명으로 구성된 ‘공학교육지원단’을 대학에 파견하고 강의를 맡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현장지도도 아니고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획기적 대책발표도 아니고 다만 최고경영자가 하는 경영학 강의라면 그 내용이 아무리 정보과학쪽이라 해도 성과는 미지수다. 그러므로 기업이나 국가나 좀더 올바른 인식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