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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수시모집, 과거의 틀을 깨부수자
수시모집은 금년이 두 번째가 된다. 이번 1학기에는 63개 대학이 약 1만 3천명을 뽑고 2학기에는 더 뽑아서 전체 정원의 반쯤을 채운다.

수시모집의 의미는 입시행정의 편의보다는 대학이 스스로 학생을 뽑는다는 대학 자율성 확대에 있을 것이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고사 성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수능고사는 국가가 설정한 입시제도의 울타리다. 그러므로 수능 없는 수시모집은 각 대학이 그만큼 입시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수시모집의 전형형태를 보면 그런 의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농어촌학생·재외국민·외국인·특수교육대상자 등은 정시에 뽑거나 미리 뽑거나 어차피 정원 외로 뽑아줘야 할 학생들이다. 그리고 공무원 및 자녀·독립유공자 자손 등 여러 모집유형들도 입학행정의 편의상 수시모집 항목이 되어있을 뿐이다.

입시행정의 자율성 확보는 이런 항목이 아닌 다른 항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수시모집에서 대학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존 입시제도의 모순을 과감히 깨뜨려 부수는 것이다.

기존 입시제도의 모순은 무엇인가?

기존 형태로는 학생들의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과 사고력의 지극히 적은 부분밖에는 측정해내지 못한다. 또 그들이 탁월한 상상력이나 치밀한 전략이나 설득력이나 대담한 추진력으로 장래에 온 나라를 뒤흔들 사기꾼이 될지 아니면 영원히 존경받을 성자가 될지는 전연 알아내지 못한다.

지금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학생들은 독서와 사회봉사와 취미활동과 운동시간 등을 최대로 줄이고 학교 공부보다 학원 공부에만 매달리는 기형적 인간형이 그 기형의 순위대로 대학서열을 따라갈 가능성이 많다. 물론 그런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는 우수한 학생들도 상위권 대학에 많이 가지만 지금의 일반적인 입시 풍토가 그렇게 기형적이고 병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수시모집이 국가의 통제로부터 다분히 벗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같은 모순을 깨뜨려 부수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그런 의지는 별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수시모집은 학교장 추천 기타 일반학생모집형태가 가장 많지만 가장 큰 선발기준은 내신성적이었다. 그리고 내신성적은 수능고사 성적과 별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수시모집은 미리 뽑는다는 것 외에는 아직은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는 수능이나 내신성적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수능이든 학교성적이든 일정 수준의 학력평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단 기존 제도 속에 묶여서 허겁지겁 만들어 나가는 점수에만 여전히 의존하려는 것이 문제다.

입시에서 말썽을 피하려면 객관적 기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정말 우수한 미래의 인재를 선발하고 키우려면 선발권자들이 좀 더 긴 시간 심층적 측정을 통해서 잠재력을 찾아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신인의 문예작품 심사에서는 이미 세련된 것보다는 미숙하더라도 더 많이 미래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을 뽑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입시도 그렇다. 부화된 닭이 아니라 앞으로 부화시킬 닭을 뽑는 것이니까 수시모집은 좀 더 시간과 성의를 갖고 미래지향적 가능성을 측정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2-05-27 오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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