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노조의 경우 이번 파업에서 산별교섭과 임금인상뿐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강화라는 카드를 내밀었고 병원당국은 ‘공공성 강화’와 관련된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노조가 제시한 명분과 구체적 요구사항을 병원측도 부정하기는 어려웠던 까닭이다.
특히 현 정부가 대선 당시 공공병원을 10%에서 30%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만큼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역할 제고는 실행과제이기도 했다.
병원노조의 파업예고 이전부터 국립대병원이 국민의 건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몫을 다하고 있는지를 놓고 보건의료단체와 병원당국간 논란은 해를 이어왔다.
IMF이후 국립대병원들이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영방침을 세우면서 환자의 부담이 격증하고, 국민의 공공의료 접근기회와 그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와 노조의 주장이었다.
반면 국립대병원측은 특수법인화 이후 경영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효율성·경제성 논리 일변…공공성 약화 ‘시비’ 잇따라
국립대병원들이 추진한 경영혁신 방안은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가졌다.
혁신안 중 기자재구매시스템 마련, 약품·의약품 구입의 합리화, 에너지절약 등 관리비 절감 등의 평가항목은 구매비리의 소지를 제거하고 경영을 합리화하는 좋은 수단이 됐다.
고가의 외국의료장비를 가급적 국산으로 대체하고 물품 구매시 심의위원회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리베이트의 거대한 고리를 없애는 데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군살빼기와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경영혁신의 결과가 오히려 공공성의 약화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국립대병원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환자에게 부당하게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했다.
최근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건강시민네트워크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서울대 등 6개 국립대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균치료실 입원료와 입원환자 병원관리료에 포함된 물품이나 치료재료 따위를 환자들에게 따로 사오도록 해 이중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 많은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지난해 3월 있은 국립대병원 관련 조사도 국립대병원들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당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국립대병원 이용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병원이용자들의 상당수(81%)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병원이 진료비에 있어 민간병원과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다고 응답했다.
또 특진제, 과잉검사 등도 민간병원과 비슷하거나 더 심하다는 의견이 78%, 더 심하다는 의견도 30%에 이르렀다.
일반 국민의 시각 속에 국립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이기 보다는 사립병원과 경쟁하는 ‘병원기업’처럼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국립대병원 이용자들은 중복검사, 원치 않는 상급병실 배정, 진료외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 등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정책위원(성수의원 원장)은 “고가장비로 중복검사를 하고, 환자가 원하는 다인실병상에 배정해 주지 않고, 식사를 병원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본인부담금 비율이 높은 만큼 병원의 고수익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환자부담이 늘어나면서 꼭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돈 문제로 못받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들은 국립대병원이 ‘돈벌이’ 앞에서 최소한의 염치도 상실해 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