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교육부총리 인선 문제는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정부가 실시한 국민추천·제안 과정에서 교육부총리 후보에 대한 국민추천 수와 정책제안이 모든 부처 중 가장 많았던 사실과 시중에 떠다니는 불확실한 하마평에도 여론의 동향이 민감하게 움직인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일찍이 교육부총리로 앉히려 마음먹었다는 전성은 거창 샛별중 교장은 첫 번째 주자로 거론되다 행정 전문성과 관료 장악능력 부족 등 문제로 일부 언론의 집중적 공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전 교장에 이어 교육부총리로 급부상한 오명 아주대 총장은 5공 출신의 ‘보신주의자’로, 김우식 연세대 총장은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경쟁력 제일주의자’로 지목돼 교육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견제에 부딪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확하지 못한 정보에 근거해 이들 부총리 후보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고 있다.
교육부총리 논란과 관련, 최근의 논의들 속에 담겨 있는 구체적 이념과 내용, 근거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교육단체·네티즌이 부총리 임명권자? VS ‘참여정부’ 적극 참여는 당연
조선일보는 최근 교육시민단체들이 오명 총장에 이어 김우식 총장에 대해 부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4일자 ‘기자수첩’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번번이 특정인을 매도하는 식이라면, 아예 대놓고 누구누구 중에서 임명하라고 요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며 “‘시민단체가 임명권자냐’는, 자신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교육단체들의 독선을 비판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참여정부’를 주창한 만큼 이러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오명·김우식씨의 교육부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던 인터넷 칼럼사이트 ‘서프라이즈’ 운영자 변희재씨는 “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는데 참여정부는 곧 ‘공론화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국정운영 방침으로 삼겠다는 얘기”라며 “이를 두고 여론몰이라면 참여하지 말라는 얘기에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거명된 교육부총리 후보들에 대해 근거없는 비판이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중앙일보 송진혁 논설고문은 “걱정스러운 것은 이른바 참여정치의 구현방법이다. 고건총리가 추천했다는 오명씨를 두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통령에게까지 욕설을 퍼붓는 반대의견이 몰렸다.…오씨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장관인사를 인터넷 여론이 좌우하는 선례를 남긴 것은 문제”라며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여론몰이를 경계했다.
그러나 일부 문제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는 “일부 네티즌의 잘못을 전체적 문제인 양 받아들여 그런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과잉해석의 오류”라며 “오히려 기존 언론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던 부분이 네티즌들의 적극적 의사표현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인사를 갈라먹던 것에 도전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개혁도 사람이 하는 것”
교육부총리 인선에 대한 최근의 논란은 결국 교육개혁을 둘러싸고 다양한 수준과 폭으로 드러나는 열망을 반영한다.
이 중 총체적 개혁을 강조하는 주장의 경우도 그 내용과 방식에 있어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문화가 지나치게 경쟁을 강조해 전인적 인간으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전제는 공통된 점. 사회적 연대의식과 협동의 가치가 새 정부에서는 더욱 장려돼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염무웅 영남대 교수(독문학)는 “지금 학생들이 처해있는 상황, 무자비한 경쟁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산업혁명기 착취 받던 소년 노동자와 무엇이 다르나. 다른 분야 개혁이 당장 미흡할 수 있어도 교육은 민족의 전망이 달린 문제”라며 교육개혁에 있어서의 새 정권의 소극성을 질타했다.
또 개혁도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기존의 파행적 교육현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교육개혁을 맡겨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변희재씨는 “오총장이나 김총장의 개인자질이 부족하거나 해서 하는 반대가 아니다”며 “결국 서울대로 상징되는 입시전쟁, 그 정점에 있는 서울대, 연·고대 출신인데다 총장출신인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개혁을 할 수 없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서중 교수는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사학운영자들, 그들과 유착해온 교육관료들을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오총장과 김총장의 경우 이 (개혁대상인) 두가지에 모두 해당된다는 점에서 그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여입학제 등을 추진했다는 이유 등으로 반개혁 세력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 또 기회의 평등이나 공동체의식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는 “김우식 총장의 경우 (학교발전 재원문제 등) 사립학교의 여러 제도 문제로 기여금입학제를 추진했을 수 있다”며 “총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을 교육부총리 자격과 결부시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고 개인적으로 중심이 뚜렷하게 서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교육이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하는 공론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는 각론이 많은데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중시할 수도, 우수한 사람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차별화’ 방식도 있다”며 “(후자의 방식을 펼친) 김 총장의 경우 교육의 큰 틀에서는 필요한 인물”이라며 ‘교육의 형평성’ 강조에 치우친 비판을 문제삼았다.
“교육부총리 인선은 새 정부 개혁 풍향계될 것”
교육부총리 인선 결과에 귀추가 모아지는 데에는 ‘교육개혁’의 구체적 알맹이를 파악할 수 있는 현 정부의 시험대일 뿐 아니라 다른 분야 개혁의 향방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학벌타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의 홍세화 공동대표는 “내정됐다는 부총리 후보를 볼 때 정부 자체에 제약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닐지 매우 걱정스럽다. 결국 너무 지나치게 개혁적인 면만 보여 주지 않느냐, 안정 쪽에 지분이 더 있어야 한다는 논리일텐데 그렇게 하면 개혁은 물건너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변희재씨는 “최근 부총리 내정 소동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여론이 좋지 않고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교육부총리에 누가 되서 교육개혁 하고 안하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혁을 지지했던 세력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기대감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참여정부’든 뭐든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존재의미인 ‘개혁’이 좌초될 위기”로 진단했다.
김서중 교수는 대선 당시 노무현 지지세력과 일치하는 20~30대가 교육개혁 문제를 유난히 민감히 받아들이게 된 역사적 맥락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우리 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많았던 70, 80, 90년대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교실붕괴를 경험한 20대, 전교조 문제 등 폭압적 교육의 문제를 겪으며 각성된 30대들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는 세대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공교롭게 노무현 정부 개혁의 우군으로 상정됐던 2, 30대가 ‘교육부총리 인선’을 노무현 새 정부 첫단추를 평가하는 풍향계로 여기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교육이 ‘중병’을 앓고 있고 ‘치료’의 필요성도 인정하지만 ‘메스’만 들이대면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천순 세종대 교수(교육학)는 “교육부 시스템은 굉장히 방대하고 복잡다단해 시스템을 경영하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결국 관료형의 점진적 변화 추구와 개혁 과제 둘 다 풀어야 될 문제인데 민감한 사안의 대부분이 교육주체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는 어려움이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지난 3일 “교육부총리 인선에 관련된 문제들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새 정부가 이 문제로 얼마나 고심에 싸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부총리 인선기준으로 제시한 ‘공동체 의식과 경쟁마인드, 교육의 질향상, 교육 제 주체들의 호감’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과연 잡을 수 있을지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