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의 등록금 인상과 교육개방 문제, 이라크전쟁 등 안팎의 현안들이 한꺼번에 불거진 것. 매년 이 맘 때마다 대학 당국과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해왔다.
특히 올해부터 국립대학 등록금이 자율화되고, 치솟는 국립대 인상률에 맞춰 대학마다 눈치보듯 고율의 인상안을 확정·발표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시기에 때맞춰 미국의 이라크침공과 WTO교육개방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8일 전국의 대학생 7천여명이 참여한 `WTO 교육개방저지·등록금 인상반대·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대학생 총궐기'에서 절정을 이뤘다.
한총련과 전국학생연대회의 등 13개 대학생 단체로 구성된 ‘교육학생연대’가 주최해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이 집회에서 학생들은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은 교육의 시장화를 더욱 부추겨 교육비 폭등과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교육의 시장화 저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의 교육개방 반대입장 천명 △GDP대비 교육재정 7% 확보 △등록금 인상저지 등을 요구했다.
고려대에서는 교육개방과 관련 지난 19~21일 개방 반대와 교육재정 확충을 촉구하는 총투표를 진행했다. 총투표에는 4천3백56명이 참가해 90%의 압도적 찬성률을 나타냈고 이를 토대로 27일 오후 교육개방 반대 고려대 총궐기대회를 열렀다.
서강대도 올해 초부터 재단의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제자 성추행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모교수가 다시 강단에 서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나 공청회를 준비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매일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교문 앞에서 전쟁반대 촛불시위가 진행된다. 28일에는 교육개방 반대와 학내 교육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연세인 총궐기를 진행했으며 부당한 등록금 인상 철회 등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하기도 했다.
한편 한양대도 등록금 고율인상을 놓고 대학당국과 학생들이 최근까지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와중에 학생 3천명이 모이는 학생총회가 26일 성사되면서 8.8%에 이르는 등록금 인상률은 6.8%로 낮아졌다.
등록금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한양대 총학생회는 반전평화운동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등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은 27일 국제도상공원에서 ‘WTO교육개방 반대와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총궐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교육을 개방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교육을 ‘상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장관회의에서 결정된 교육개방안을 집중 성토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도 27일 6시에 광주시내에서 반전평화 시민선전전을 벌이고 28일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된 대학생 총궐기에 참석했다.
특히 전남대는 등록금 투쟁 열기가 아직 뜨겁다. 전국 최고 수준의 등록금 인상율(신입생 13.5%, 재학생 9.5%)을 기록한 만큼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
특히 이들은 학교측이 학생과의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데서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학교측과의 실랑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미국의 이라크침공과 한국군파병 문제를 결코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전쟁이 유엔의 결의안을 거치지 않은 만큼 국제법 위반이며 미국의 석유확보와 패권을 위한 전쟁이라는 데서 일단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개방의 문제도 관심사이다. 학생들은 고등교육의 개방을 포함하는 양허안이 제출되면 교육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고등교육에 개혁의 칼을 들이댈 필요는 인정하지만 개방의 충격파를 통해서는 바람직한 변화보다는 잃을 것이 더욱 많을 것이란 진단을 내린 것이다.
안팎의 혼돈 속에서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당분간 대학가의 격랑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