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도 성폭력 혐의자는 명단을 공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대학은 가해 교수가 버젓이 다시 강단에 서는 등 오히려 사각지대이다.
교수 성폭력은 더 이상은 안된다는 차원에서 그 원인과 처방을 두번에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 93년 서울대 S교수의 조교 성희롱 사건을 통해 교수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이후에도 교수 성폭력은 그치지 않고 있다.
드러난 것만 해도 성폭력의 속성상 쉬쉬하며 감추고 은폐돼 있던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교수들의 인격적 문제로 보기에는 이로 인한 대학사회의 가치관 혼란과 피해자의 고통이 심각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교내에 성폭력상담소 등 여성폭력 방지기구를 설치하는 대학이 줄을 잇고 있으며 지난해 2월에는 ‘교수 성폭력 뿌리뽑기 연대회의’라는 대학생 모임이 결성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학내 교수 성폭력의 심각성은 한국 성폭력삼담소의 상담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성폭력상담소의 지난 2000년 통계에 따르면 대학내 성폭력 상담건수는 가해자가 교수나 강사인 경우가 32건으로 선후배나 동급생에 의한 것(23건)보다 많았다.
2001년의 경우 선후배나 동급생에 의한 것이 45건, 교수·강사에 의한 것이 22건(교수 20건, 강사 2건)이었다.
특히 교수의 제자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멈추지 않는 교수성폭력
지난 93년 서울대 S교수는 실습기자재의 조작방법을 피해자인 우모 조교에게 알려주면서 어깨, 등, 손 등을 만지거나 몸매를 훑어보며 자신과 입방식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
지난 98년 전남대 S교수는 밤늦게까지 여대생과 술을 마시고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성추행했으며 99년 3월 창원대 S교수는 창원시내 모 술집에서 함께 자리한 제자 등 이 대학 재학생 3명의 허벅지를 만진 것을 포함, 수차례에 걸쳐 대학 교수연구실 등에서 제자들을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99년 강원대 K교수는 5년간 15명의 제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고 어깨와 허벅지를 만지거나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해 빈축을 샀다.
같은해 11월 영남대 음대의 한 교수는 제자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던 도중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을 했고, 재작년 10월 서강대 K교수는 “너를 여자로 만들어주겠다”며 피해자인 대학원생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해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으나 최근 다시 강단에 서 지탄을 받고 있다.
동국대 K교수는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제자를 성추행해 강단에 설 수 없게 됐고 역시 재작년 7월 계명대의 한 교수는 미국 현지 연수과정에 인솔해 간 수 명의 여제자들에게 각각 새벽 드라이브를 제안해 따라온 여학생들을 성추행해 말썽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상지대 K교수가 여학생과의 술자리에서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허벅지를 더듬는 추태를 부렸고 타 과 교수와의 술자리에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을 불러 술시중을 들게 하거나 안주를 입에 넣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해 물의를 빚었다.
또 부산 신라대 A교수 역시 자신이 가르치던 여학생을 밤늦게 불러내 술을 강권한 후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밖에 서울산업대 K교수는 여학생들에게 “내 밑에서 5년만 걸레되면 인생 책임진다”고 말하는 등 습관적으로 성희롱을 해 문제가 됐다.
◇우월적 지위 이용한 ‘범죄’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대학에서 일반적인 사제간 위계를 고려할 때 그 양상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학생의 기본적인 도덕적 소양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대부분의 대학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인 교수의 행동에 대해 처음부터 경계심을 갖지 못한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가해교수의 성적인 언설이나 접촉 등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존경이라는 도덕적인 시각 속에서 이를 성폭력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주관적인 불쾌감이나 혹은 친밀감의 한 표현으로 해석하기 쉽다.
또한 공적인 만남 이후에 이뤄지는 술자리나 '논문이나 진로에 대해 상의할 게 있다' 등의 이유로 가해 교수가 접근할 때 피해 학생들은 이를 교수에 대한 신뢰와 존경 속에서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성폭력을 당해 문제해결에 나서려는 피해자들을 더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은 피해사실의 입증 과정에서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여기엔 한국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가로 놓여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언정 부장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당한 교수로부터의 성폭력을 해결하려고 나서는 여학생에게 주변의 친구나 선배들이 ‘어차피 감봉이나 정직같은 징계 당한 후 돌아오게 되면 너만 더 골치 아파진다’며 설득해 포기한 경우도 있다”며 상담한 내용을 소개했다.
‘서강대 성폭력 가해자 K교수 해임을 위한 공동대책위’ 류이현씨는 “성추행을 당한 학생이 대자보나 학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공론화해도 학교측에서는 ‘배후가 누구냐’는 식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건이 커지면 학교측에서는 피해학생들을 불러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교수 성폭력 사건이 빈발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과 관습적 토양이 겹겹이 쌓여있는 실정에서 누구보다 교수사회가 먼저 나서서 성폭력을 단호히 뿌리 뽑으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데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그 발걸음은 학연으로 맺어진 ‘불순한’ 연대, 남성 중심 교수사회의 정서적 일체감, 학생들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왜곡된 집단 자의식 등에 대한 교수들의 엄정한 자기성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