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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대소리'운영자 변희재씨]"인터넷 언론 아직은 평가 일러..."
정치·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 시대소리 논객들로 참여
인터넷 여론운동 '민주주의'확장에 기여한 점 인정
“교수·기자들 인터넷에서 계급장 떼고 붙자”

쌀쌀함을 선연히 느낄 만한 가을밤이었는데도 약속장소에 나온 그는 빨간 색 반팔 티셔츠를 달랑 한 장 걸치고 나타났다. 그는 기자와의 첫 대면 뒤 인터뷰를 위해 근처 찻집으로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도 요즘 자신의 생활패턴부터 시작해 정치, 사회, 교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누가 보더라도 그가 무언가에 깊이 몰입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본격적인 인터뷰는 애당초 어려웠는 줄도 모르겠다. 날실과 씨실을 얽듯 그의 사고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가치관과 생활, 사업이 어떤 고리를 갖고 연결되어 있는지 짐작을 해낼 수 있을 뿐이었다. 올해 불과 만 29세인 그는 지난 대선의 판도를 바꿨다는 인터넷 공론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논객 중 한명으로 통하고 지금은 ‘시대소리’라는 인터넷 칼럼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몇권의 ‘문화비평’ 책도 내놓은 그는 사업자등록만 여섯 차례나 할 정도로 사업가 기질의 소유자에다, 최근에는 한겨레신문 비평위원, KBS시청자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불과 20대의 나이(그는 만으로 따진 20대란 칭호에 대해 억지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민망해했지만)임에도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는 식의 표현을 그가 달가워할 것 같진 않지만 기자같은 ‘범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법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젊음도 상처투성이이긴 마찬가지였던 듯. 한때 사업을 하다 실패해 빚더미에 안곤 외국으로 몸을 피했고, 자살 충동도 느꼈다(?)고도 한다. 또 대학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피가 끓는다며 말씨가 단호해 지기도 했는데, 사연인 즉 대학생 때 인터넷 매체를 만들기 위해 수천만원의 사비를 들여가며 1년 이상을 매달리다 실패했다며 ‘망조든’ 대학미디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파헤치기도 했다. 대학을 다루는 신문사에 다니는 만큼 기자 본인도 뜨끔한 주제긴 하지만 인터뷰 주제를 ‘인터넷매체와 대학언론’으로 잡은 건 그가 가장 열변을 토한 대목이기 때문임을 밝혀둔다.

-칼럼사이트의 경우 필명을 따로 써서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시대소리에 참여하는 논객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정치, 국제, 문화, 사회 각 전문 분야마다 논객들이 포진돼 있어요. 대부분 30대 중후반에서 50대인데 그 분들 하는 일들이 유학생, 사업가, 증권투자가 등 다양하죠. 교수님도 있고, 외국인 교수도 한 분 있고, 대부분 자신의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으면서 각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전문적 식견을 키운 분들입니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지식인 계층이나 전문가와는 다른 사람들이 그래도 주된 편인 듯하다.

“이것도 정립할 필요도 있는 문제인데 우리 사회에서 글쓰기 분야를 장악한 사람은 교수와 기자 두 직종이었죠. 그런데 지켜보니까 그 사람들이 하도 엉망으로 글을 써버리니까 우리가 이쪽 시장에 나온 것이죠. 교수와 기자들은 결국 조직에 묶여 있기 때문에 본연의 글쓰기보다 조직의 목적을 고려한 글쓰기를 하거든요.

인터넷 논객들이 그들과 다른 장점은 물론 독립성이라고 보는데 전문성 면에서도 교수와 기자에 떨어지지 않으면서 독립성이라는 장점 때문에 시장이 생기고 대중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는 교수와 기자 시장을 인터넷 쪽이 흡수해야 한다고 봐요. 교수와 논객과 기자가 사회적으로 주어진 계급장을 떼고 실력으로 겨루는 것 말이죠. 이런 추세는 지난 대선 이후 급속하게 이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벽이 아주 높은 상황이죠. 격을 따지는 문화가 많이 깨지긴 했지만 이것이 시작일 뿐 그 문화가 깨지는 데는 어마어마한 진통이 따를 것 같습니다.”

-지식인들 중에 인터넷매체의 칼럼이나 주장이 인상비평에 머문다거나 정제되지 못했다거나 상호비판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매체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는 듯한데.

“물론 인터넷에 글쓰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 분량의 글을 쓰다보니 심각한 오류도 많이 나오고 비문도, 오타도 나오죠. 또 선정성 문제도 있을 거고, 가끔 가다 써놓은 팩트(사실)들이 틀린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출판계 사람들은 인터넷에 글 쓰는 사람들 안 좋아한다고도 하고도 하던데..(웃음) 그런데 그런 단점들을 완전 상쇄할 수 있는 게 독립성에서 나오는 강점들이고 그런 걸로 무마될 수 있는 부분으로 봐요. 오히려 문제는 독립성이란 장점을 점차 잃어 가는 게 아닐까 싶은 부분이죠.”

-엘리트들이 언로를 독점하던 시대에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중의 발언기회가 늘면서 새로운 차원의 직접 민주주의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듯한데.

“그렇게 보기에는 아직은 섣부를 수 있죠. 제가 보기에는 인터넷 매체가 사회 전체적으로 과대 포장, 과대 평가되고 있는 듯해요. 상당히 그렇죠. 인터넷이 대선판도를 바꿨다고 하니까 정치권 사람들이 너나 없이 다 되는 줄 알고 끼어드는데 오버예요. 대선 당시는 가장 큰 정치권력을 놓고 겨룬다는 점에서 일종의 전쟁판 같은 특수한 상황이 되다보니 이목을 끌었을 뿐이죠.

인터넷 언론이 주목을 받았던 대선 당시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줄잡아 7만에서 10만명 정도일 것으로 보는데, 실제 그들 중 30~40명 정도의 논객들이 인터넷 여론을 좌지우지한 걸로 봅니다. 민주주의를 확장시켰다기보다 새로운 언로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정도일 것 같아요. 하지만 대중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관점의 정보와 글을 접할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는 데서 시작의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제대로 민주주의 정도하려면 더 많은 매체들이 만들어지고 엄청난 노력들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른바 대학사회 내 메이저언론이라고 하면 학보나 교지 등이 있을 텐데. 이들 매체가 의제설정이나 대학사회 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는지.

“저도 대학에서 문화예술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매체를 만들려고 개인돈을 쏟아 부으면서 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쭉 고민하던 문제라 할 말이 참 많은 부분인데요. 당시에 (제가 다니던) 서울대 학보사 기자들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매우 권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조중동 기자들이 신생 마이너 매체 기자 대하듯 격을 따지고 그러는 것 있죠. 또 학보를 채우는 컨텐츠도 문제는 있죠. 하지만 더 심각한 건 반전평화든 노동운동을 싣든 그런 차원이 아니라 대학 내 생산구조, 저는 ‘솔루션’이라고 말하는데 한마디로 판을 바꾸는 것일 거라 봐요.

1, 2, 3학년 때 열심히 파업 문제 채워주고 반전평화 실어주고는 문제의식 다 잊어버리고 4학년 되면 취업한다고 나가 버리는 이게 정작 문제인데, 오히려 취업·진로를 해결하면서 전공을 살리고, 사회 개혁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고 하면 ‘개량’이라느니 하면서 욕을 합니다. 또 대학생들이 만드는 매체들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인터넷 논객들이 독립성으로 버티듯 창의성으로라도 버텨야 하는데 기존 언론의 마인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거든요. 기자들 교육하는 스타일, 대학 언론사 격을 따지고, 학교별 매체 격을 따지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이렇게 하다간 대학 안에서의 변화나 운동은 모두 전멸해요. 제 경험으로 볼 때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건 어렵다고 봐요. 학보나 교지가 다 ‘올드 매체’인데 오히려 대학에서 가장 먼저 깨부숴야 할 대상이 됐다고 할까.. 대학매체 종사자들 스스로가 올드 매체에 대한 집념이 기성 매체보다 더 강하다고 보거든요. 이를 해결하려면 대학 내에 새로운 매체들이 무수하게 만들어지고 창간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합니다. 최소한의 운동적 대의도 살리면서 진로문제를 맞물리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 매체 창간이라고 봐요.

예를 들면 제가 미학을 전공 했으니까 음악 미술 문화 영화를 다루는 문화예술 매체를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학생들이 전공 공부하던 거, 취미생활 엮고, 책들 찾아 연구하고 준비해서 컨텐츠 만들고 해서 대학 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일 테죠. 서울대 같은 경우 학보 만드는 예산만 3천만원 정도 드는 걸로 아는데 그 중 1천만원만 있어도 30개의 새로운 매체를 만들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를 몽상이라면서 예산 잡는 쪽에서 훼방만 놓고 있죠. 또 언론개혁 하듯이 매체창간 운동처럼 일어나야 하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학의 신방과 같은 데 다니는 학생들에게 4년간 각자 매체 하나씩 운영해보라고 해서 평가하고 그렇게 창간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실패하더라도 실패의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나겠죠.”

-사회 개혁이라는 부분을 사업과 같이 고민을 하는 게 흔하지 않은 경우 같은데.

“저는 ‘시대소리’ 사이트를 개인적으로는 사업으로 하는 거거든요. 이름을 붙이자면 ‘개혁지향적 컨텐츠’ 사업이라고 할까요. 저는 이게 하나의 사업분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꼭 거창하게 사무실이 있고.. 뭐 그런 식으로들 생각하는데 제 독립적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서도 혼자 먹고 살 수 있는 정도, 그런 형태의 지향점이 필요한 것이죠.

제가 혼자 일을 만들어 추진하고 관리하고 하다보니 어떤 조직 안에 갇히는 일은 못할 것도 같고..(웃음) 항상 고민스러운 게 대학생들 취업 하는 문제를 보면 답답한데 제가 이 사이트 성사시키는데 5만원 들었고, 컨텐츠 만들면서 혼자 잘 지낼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식의 시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나중에 이 사업에서 노하우를 많이 쌓게 되면 대학생들 창업을 도와줄 수 있는 창업 컨설턴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최윤수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10-17 오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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