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화의 전도사로 불리우는 대학생들은 새로운 문화현상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평가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경매문화’.
기존에 경매라고 하면 흔히 농수산물 시장이나 법원경매 등 극히 일부 영역에서 거래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인터넷이 시공을 초월하는 인프라와 만나면서 새로운 상거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는 사이버상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물건을 사는 온라인 쇼핑의 일종. 소비자들은 경매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경매에 참가할 수 있다.
대표적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www.auction.co.kr)의 경우 하루 방문객만도 약 55만명. 이 수치는 단일시장으로는 국내 최대인 남대문 시장의 하루 유동인구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특히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한 몇몇 대학생들이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인터넷 경매는 하나의 놀이문화 차원으로 자리잡았다.
광대한 경매사이트 시장을 활용, 사업가로 변신한 대학생을 만나는 것도 더이상 어렵지 않은 일. 이들은 독자적인 소호몰(SOHOmall) 없이도 기존 경매사이트를 활용,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만드는 꿈이 실현가능함을 보여줬다.
물론 ‘상도를 지키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소박한 명제를 명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행운이다.
-경매장의 승부사들
시계수집 매니아인 한군은 군입대를 8개월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울 D대학 휴학생이다.
어려서부터 모은 캐릭터 전자시계에서 인사동 골목을 뒤지며 찾아낸 골동품 시계까지 많은 시계를 모아왔던 그는 우연히 들른 경매사이트 화면의 시계가 오랫동안 탐내던 78년산 스위스제 시계임을 알게 됐다.
그 후 아르바이트를 끝내자마자 늘상 컴퓨터 앞에 앉아 경매에 몰두한 한군은 결국 3만원(시가로 60만원)의 가격에 시계를 낙찰받았다.
이후 두달 동안 이 사이트에서 구매한 시계는 12종, 결과도 대만족이었다. 시계가 한군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경매의 과정이 주는 스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골동품 시계의 가치를 아는 이들이 낙찰을 위해 숨가쁜 눈치작전을 벌인 적도 여러번. 한군은 경매전 마지막 5분의 관망을 잊지 않았고 여러 차례 예상가 이하로 구매에 성공했다.
어떤 경우엔 경매가가 올라가면 마감이 5분씩 연장되는 규칙때문에 1시간이상 길어지기도 했다. 한군은 “싸게 물건 사는 것은 재미의 일부다. 비록 사이버상 승부지만 스릴 만점이다”고 설명한다.
-학생이라고 비웃지 마라! 나도 비지니스맨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본관 앞을 재활용 교환장터로 개방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여기엔 “유행에 뒤떨어진 제품을 무조건 버리는 행태가 지구를 좀먹는다”며 환경단체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처럼 거래시스템을 합리화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막는 효자 노릇을 훨씬 더 대규모로 실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경매사이트다.
어떤 물건이든 소용은 있는 법. 남는 것을 버리기보다 거래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회를 이루는 기본원리다. 그러나 최근엔 양상이 변하고 있다.
이런 벼룩시장식 거래에서 벗어나 이제는 경매사이트의 틈새시장을 활용, 고소득을 올리는 사업가 대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서울 S대학에 다니는 양군은 지난 10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은행나무 길을 지나다 은행열매가 건강에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양군은 열매를 따 어머니께 갖다드릴 요량으로 집에서 운영하는 가게의 트럭 짐칸을 밟고 올라가 온종일 은행열매를 땄다.
그 결과 거둔 은행열매의 양이 자그마치 12포대.
햇볕에 말려 껍질을 벗긴 후 어떻게 처치할지 잠시 고민에 싸였던 양군과 어머니는 얼마전 한 인터넷경매사이트에서 전라도의 40대 농부로부터 현미를 샀던 경험을 떠올렸다.
양군은 곧 은행열매의 사진을 찍어 PC방에서 스캔을 한 후 은행을 입수한 경위를 정성스레 작성해 같은 사이트에 올렸다.
‘이걸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지만 양군은 뜻밖의 목돈을 쥐었다. 집에 놔둔 한 포대를 빼고, 11포대를 28만원에 팔아 치운 것.
양군은 지금은 좀 더 다양한 품목으로 시장을 공략, 월 1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정비용 없이도 거래자 상호간을 만족시키는 인터넷 상권의 형성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큰 효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차원의 접근을 한 대학생도 있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인 이의강군은 토목환경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 처음엔 구매만 하다가 제품을 팔아보기로 했다.
판매 물품은 쓰고 버리려던 잡동사니들. 중고 휴대폰, 카세트, 카메라 등을 옥션(www.auction.co.kr) 사이트에 올렸는데 생각지도 않게 대부분이 팔렸다.
원하는 가격 이상을 받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문득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품공장이 떠올랐다. 다시마환, 쑥진액환, 솔잎환, 미숫가루 등의 제품을 생산했는데 당시 판매망을 찾지 못해 재고품들이 창고 한 켠에 쌓여있었다.
이 제품들을 경매사이트에 올린 후 두 달여 간 한번도 입찰이 붙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눈물어린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매월 3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상도(商道)를 배우다.
전재익군은 경매사이트에서 ‘20대 사업가’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유명 대학생. 2000년 밀리터리룩 제품을 시작으로 가방을 팔게 됐다.
전군은 직접 좋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었으나 가방회사에서 학위도 없는 그를 문전박대하는 것이 당연지사.
가방회사의 신뢰를 얻은 후에도 구매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상황을 타개하려 전군은 제품 홍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만족도를 묻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제품하자에 대해선 1백%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제품에 대한 고객만족도는 90%까지 치솟았고 전군은 경매사이트 옥션의 대표적 사업자가 됐다.
전군은 “나에게 인터넷 경매는 사업가로서의 ‘상도’를 알려준 선생님이자 구원자였다”고 밝힌다. 구매자의 편의와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곧 판매자에게도 장기적 이익이 됨을 경험을 통해 확고하게 깨달은 것이다.
23세의 대학생 전웅렬군도 마찬가지.
처음 이것 저것 싼 가격에 물품을 사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던 전군도 곧 직접 판매에 나서게 됐다. 이런 와중에 학교에서 배운 인터넷 비즈니스를 적용해보려 마음먹고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렇게 겨울방학 3달 동안 판매한 화장품은 무려 1천여점에, 올린 매출은 2천만원.
난생 처음 시도한 장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전군은 긴장을 풀지 않고 높은 구매만족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거의 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에 응대했고 주문에서 발송까지 꼭 3차례의 이메일을 보냈다.
또 물품과 함께 ‘안녕하세요. 구매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쁘게 쓰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적은 예쁜 카드를 동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군은 “고객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인 결과”라며 사업의 정도(正道)가 별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경매사이트 이용시 주의사항
-인터넷 경매사이트마다 운영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인터넷 경매는 개인간의 거래가 많은 만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거래가 많은 경매사이트는 매매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어서 구매한 물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돈을 환불받을 수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다.
-처음엔 값싼 생활용품 구매로 시작한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등 고가의 상품에 무모하게 덤벼들어 낭패를 입는 경우가 있다.
경매사이트의 생리나 분위기를 조금씩 파악하면서 물건을 구매하다보면 조금의 손해를 보더라도 나중엔 매우 효과적인 투자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는 경매사이트의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한 작은 밑거름이라 생각하는 게 좋다.
-모든 구매시에 염두해야 할 사항이지만 충동적 구매를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이 양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펼쳐져 있어 구매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또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고가의 물품을 살 수 있어 그런 유혹에 약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