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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분석결과 [대학관]
대학진학이유는 '취업', 대학의 역할은 '인력 배출'
강의 질적 향상, 우수교원 확보...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
전공 만족도, 응답자 절반이 '만족'
■ 입학 이유?

“취직하려고 대학 왔다”. 대학생들이 입학 이유로 꼽은 첫 번째가 ‘직장 선택의 유리한 조건 획득’이었다.

비교적 솔직한 답변인 셈이다. 하지만 ‘신분 상승의 기회 확보’ ‘배우자 선택을 위한 좋은 조건 마련’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부모 권유’ 등의 답변이 줄을 이을 땐 이 솔직함이 도리어 당혹스럽다. 취직을 필두로 한 이러한 응답이 도합 63.5%에 달했다.

반면 ‘학문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 경험 가능’ ‘인간관계 확대’ 등을 이유로 답한 학생은 모두 34.3%.

응답자 가운데 36.5%가 대학 진학 이유를 묻는 항목에 ‘1위 취업’이라고 당당히 써넣었다. 학문 탐구를 위해서라는 대답은 19.5%를 차지하며 모처럼 2위 자리를 꿰찼다. 3위는 15.6%를 기록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진학하게 됐다는 응답.

취업이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순수해야할 학생들이 벌써부터 잇속만 차리려 하느냐 탄식할 일이 아니다. 대학이 앞장서서 취업에 유리한 곳을 선택하라며 홍보전까지 펼치는 마당이다. 신설 학과 또한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시할수록 주목받는 세상이다. 대학의 학과 소개란이 취업가이드북과 혼동될 지경이다.

이러한 시류를 따지고 드는 일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따지는 것과 똑같다. 굳이 잘못의 진원지를 찾아야 한다면 ‘닭’이 문제다. 닭이 어른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이의 등을 떠미는 법이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대목은 2위를 차지한 ‘학문 연구’. 지난해 선두권 순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응답이다. 지난 10년을 찬찬히 거슬러올라가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1997년 설문 결과에서 겨우 ‘졸업 후 진로’ ‘다양한 경험’ 등과 함께 3위로 선두권을 형성했을 따름이다.

결국 ‘학문 연구’가 8년 만에 재등장한 셈이다.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대학에 왔다는 응답의 순위가 지난해에 비해 한 계단 내려앉은 것과 더불어 환영할 일이다.

■ 대학의 사회적 기능?

응답자 가운데 41.2%가 ‘다양한 고급 인력 배출’에 대학의 역할이 맞춰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역시 취업 문제와 궤를 같이하는 응답이다.

2위는 ‘사회 비판 및 방향 제시’. 응답자 16.3%가 그렇게 답했다. ‘개인의 자아실현’에 대학 또한 일조 해야 한다는 지적은 15.4%를 득표하며 3위.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2위와 3위 간 순위만 뒤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고급 인력 배출’이란 구호는 IMF 관리체제를 불러온 외환 위기 이후 줄곧 우리 대학의 사회적 기능에 방향타 노릇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1999년 설문 결과만 봐도 그렇다. ‘다양한 기능의 전문 인력 배출’이란 수치가 급상승한 반면 ‘전인교육’ ‘순수 학문연구’ 등의 득표율은 상대적으로 뚝 떨어졌다. 2000년 이후 매년 거의 동일한 결과만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반면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교육계의 지상과제는 전인교육이었다. IMF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기 직전에 발표된 1997년 설문 결과 역시 ‘전인교육’이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1994년의 경우 ‘전인교육’의 득표율이 ‘기능 인력 배출’ 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높았다는 사실 또한 이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 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개선 최우선 사항은 ‘강의의 질적 향상’.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가 한목소리로 답했다. 2위 역시 같은 맥락의 요구사항. 11.1%가 ‘우수 교원 확보’를 시급히 개선을 요하는 사항으로 꼽았다.

‘학생 서비스 개선’과 ‘장학 혜택 확대’는 공히 7.3%를 기록하며 3위에 랭크됐다.

결국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청을 돋군 것은 ‘공부의 질’이다. 강의 내용 개선을 비롯해 우수한 교수진 확보, 연구기능 강화 등 궤를 같이하는 사항에 표를 던진 학생이 무려 60.9%에 달했다.

이러한 불만사항은 최근 들어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1999년의 경우 ‘학문을 위한 연구환경’과 ‘질 높은 강의’ 등 2개 항에만 과반수가 훨씬 넘는 58.4%의 표가 쏠렸다.

1994년 역시 결과는 같았다. ‘질 높은 강의’ ‘학문 탐구 기회 확대’ ‘연구실 및 실험 기자재 확충’ 등 같은 맥락의 응답이 줄을 이었다.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대목은 거의 동일한 셈이다.

그렇다고 대학생활에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를 나타냈을 뿐 행정서비스 및 장학제도 개선, 학내 의사 결정 구조 개선 등에서도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의견들 역시 올해 18.5%를 차지했다.

캠퍼스 시설 또한 지적사항으로 제기됐다. ‘도서관 시설 확충’ ‘연구실 및 실험 기자재 확보’ ‘문화공간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도합 16%. 이러한 불만이 가장 비등했던 때는 1997년. 학생자치공간 및 도서관 등 시설 확충에만 무려 41.8%의 몰표가 쏠렸다.

■ 전공 만족도?

전공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대체로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한다’는 의견이 각각 38.5%, 11%로 거의 절반인 49.5%를 기록했다. 유보적인 입장을 표시한 응답이 38.6%나 차지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쪽에 무게중심은 치우쳤다.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거의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 등의 의견은 각각 8.9%, 3%에 불과했다.

학생들 가운데 비교적 많은 인원이 전공선택에 후회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긍정’이 56.8%를 차지한 반면 ‘부정’은 12.3%에 불과했다. 유보적인 반응은 30.9%.

역대 기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1999년 전공 만족도 또한 긍정적인 응답이 63%에 달했다. 부정 혹은 유보적인 반응은 각각 13.5%, 23.5%에 그쳤다. 1997년의 경우도 결과는 같았다. 긍정과 부정은 각각 54.6%와 19.6%를 기록했다. 입장을 유보한 경우는 25%.

다만 1994년의 결과가 이채롭다. 긍정적인 의견이 31.6%를 나타낸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37.1%를 차지했다. 유보적인 입장 또한 31.4%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를 나타냈다.

■ 교육내용 만족도?

대학에서의 배우고 공부하는 내용 역시 직업 선택과 이후 업무수행에 도움을 줄 것이란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43.6%가 대학에서의 교육내용이 이후 사회생활에 유익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 등 긍정적인 의견이 각각 36.4%, 7.2%를 기록했다.

반면 ‘거의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 등의 견해가 각각 11.7%와 2%를 차지, 부정적인 입장은 13.7%에 불과했다.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경우는 42.7%로 집계됐다.

지난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긍정적인 쪽이 46.3%를 점한 반면 부정적인 쪽은 15.4%에 그쳤다. 유보적인 입장은 38.4%.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학생들 사이에 강의내용 개선 요구가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직업 선택과 이후 업무 수행’이란 단서에 주목한다면 해독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교육내용이란 다름아닌 취업을 위한 실용 위주의 교과과정에 한정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반면 학생들의 강의내용 개선을 요구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교수법부터 시작해 대학의 교육과정 전반은 여전히 고칠 것이 많다는 지적인 셈이다.

기실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내용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대학에서의 학문 이론이 현실 생활에서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과거 학생들 사이에 끊이지 않았다.

1997년의 결과가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문 이론의 공허함에 응답자 가운데 49.2%가 동의했다. 반대의견은 18%에 불과했을 뿐이다. 1994년 역시 교과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45.9%를 차지하며 다수 의견으로 자리했다.

결국 취업을 당면 현안 1순위로 삼고 있는 대학생들이 내놓고 있는 이러한 각종 수치들은 대학 교육 전반이 최근 5, 6년 사이 가파르게 실용학문 위주로 옮겨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이승호 객원기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8 오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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