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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특집/에필로그] “다양한 학생 뽑는 제도로 정착”
점수 줄세우기 아닌 ‘잠재력·다양성 종합평가’로 진화
스펙보다 스토리, 성적보다 열정… 학생 선발 전환점

2007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시행 5년차에 접어든 입학사정관제가 입시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점수 위주 선발에 익숙한 국내 정서상 제대로 정착될지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잠재력·창의력을 보는 새로운 대입제도의 장을 열었다. ‘점수 줄 세우기’에 치중하던 대학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다양한 면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성취도·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중론이다.

입학사정관제 시행이 계기가 된 대입 패러다임 변화는 대학의 변신에만 그치지 않았다. 더 중요한 변화는 고교에서 일어났다. 수능·내신 점수 한 점, 한 등급에 목매달던 고교교육 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수험생의 스펙보다 스토리를, 같은 성적이라면 열정과 발전가능성을 주로 평가하며 고교 교육의 틀이 바뀌었다. 시험 점수에 맞춘 ‘진학상담’에 그치던 고교 진로교육도 입학사정관제 정착과 발맞춰 제자리를 찾고 있다.

■ 선발기준 다양화 “사교육 못 따라온다” = 입학사정관제 도입 후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는 학생 선발기준의 다양화가 첫 손에 꼽힌다. 기존의 점수에 따른 줄 세우기 방식을 탈피해 정말 꿈을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을 뽑아 대학 입장에서도, 학생 입장에서도 효과가 크다. 학생의 다양한 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하는 만큼 사교육이 못 따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자연히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비로소 수험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평가 잣대로 삼는 게 가능해졌다. 김권섭 전남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입학사정관제의 최대 장점은 1~2점 차로 당락을 가리는 게 아니라 △창의적 사고 △소통능력 △전공적합도 △학업성취도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점”이라며 “학생 선발과 고교 교육과정 활성화 측면에서 매력적 제도”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점수(스펙)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재능, 노력, 성장 환경(스토리) 등을 반영하는 점이다. 이승연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은 “다양한 선발기준이 적용돼 수험생들이 고교 때부터 교과 공부 외에도 다른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산 대동고 김재원 진학진로부장도 “일률적으로 성적만 잣대로 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계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다수·다단계·다면적 평가 절차 정립을 위해 대학별로 ‘삼심제’(성균관대), 일종의 패자부활전 개념인 ‘면접기회제도’(동아대) 등을 마련했고 단계별로 학생부와 포트폴리오, 심층면접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사교육이 쉽사리 따라올 수 없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김경섭 단국대 입학사정관팀장은 “면접에서 제시하는 주제나 자료가 매번 달라 사교육이 따라올 수 없다. 반면 수험생들에게 과제를 수행하거나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하게 하므로 개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출신고교 다변화, 공교육 활성화 계기로 = 제도 도입 당시 자칫 잘못하면 입학사정관제가 ‘부정입학’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은 사라졌다.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입학사정관제 합격자들의 출신 지역·고교 숫자가 늘어난 점이 이를 입증한다.

성균관대는 입학사정관전형을 본격 시행한 2009학년도 합격생들의 출신 고교 183개가 2011학년도에는 286개까지 늘어났다. 50% 이상 껑충 뛴 수치. ‘공교육 살리기’를 표방하며 시작된 입학사정관제의 모범사례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사정관들이 겉으로 드러난 스펙보다 성장 환경과 지역적 차이 등에 집중하며 그간 소외됐던 계층의 학생들이 더 많이 성균관대에 입학하고 있다.

경희대는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1개 고교당 0.74명의 학생을 뽑았다. 강제상 경희대 입학관리처장은 “일반적인 경희대 입학전형이 고교당 0.54명을 선발한 데 비하면 입학사정관제가 다양한 고교 학생을 뽑았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입학생 비율 역시 입학사정관제 시행과 함께 2009학년도 110명, 2010학년도 161명, 올해 154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국대 역시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국 230개 시·군·구 중 97%에 이르는 223개 지자체에서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시에 전국 2253개 고교 중 60%인 1354개에서 단국대 합격자를 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후 합격자 배출 고교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전체 전형에서도 특목고·영재고 비중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 입학사정관제 합격생, 성취·만족도 높다 =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에 대한 대학의 평가도 후하다. 점수에 맞춰 입학한 학생들보다 목표가 뚜렷하고 열정을 지닌 경우가 훨씬 많아 교수·학생 양쪽이 모두 만족하는 윈윈(Win-Win) 효과를 누리고 있다. 입학 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학에서의 성취도는 되레 높게 나타나는 ‘교육적으로 올바른’ 변화도 감지된다.

교수들부터 입학사정관제를 크게 반기고 있다. 단과대학별로 조금씩 다른 전형방법을 적용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동국대의 경우 학과별 맞춤형 인재를 뽑아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교수들의 호응이 높다. 같은 대학이라도 단과대학이나 학과별로 커리큘럼이나 인재상이 다르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학과 교수들을 직접 위촉사정관으로 평가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로 뽑힌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김수진 동아대 입학사정관은 “성적 차이보다는 열정 차이가 크다. 봉사활동이나 공모전 등 고교 시절부터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는 학생들을 선발하므로 보통 학생들보다 능동적”이라며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이 대학교육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과로도 나타난다. 대학들의 사후관리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며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의 중도탈락률은 눈에 띄게 낮은 반면 전공만족도·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은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 중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는 않았지만 성적이 대체로 뛰어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들이 목표를 일찍 설정하고 자기주도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바탕이 된다”고 힘줘 말했다.

김봉구·민현희 기자 paper81·mhhph@unn.net

<입학사정관제 정착하려면…>

입학사정관들 “신분 안정이 최우선”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 신분 안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전직 입학사정관의 사교육업체 취업 역시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예산 지원의 폭을 넓혀 각 대학 입학사정관 정규직화에 힘쓰면 전문성과 위상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문이다.

윤종걸 한밭대 입학사정관은 “계약직으로 일하다보니 입학사정관들의 이직률이 높다. 입학사정관제 독자실시대학의 재정난을 감안해 지원 폭을 넓혀 사정관들의 신분 안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정원 명지대 입학사정관 역시 “정권이 바뀌면 입학사정관제도 추진력이 사라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입학사정관 역시 신분이 불안정하므로 정권이 바뀌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신분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실제로 동아대의 경우 총장이 직접 입학사정관들의 신분 보장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쓰는 등 노력이 더해져 ‘입학사정관 선도대학’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입학사정관 신분 안정과 위상 강화를 통한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진환 배재대 입학사정관은 “지금은 입학사정관이 교수도 직원도 아닌, 가운데 낀 ‘제3신분’처럼 돼있다”며 “입학전문가라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지금 구조로는 힘들다. 신분 보장 법제화를 통해 숙련된 입학사정관을 확보해야 우수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은선 기자 ches24@unn.net

교사들 “고교실정 감안한 적용 필요”

고교 교사들은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한 입학사정관제 적용을 당부했다.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교사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해 제도를 정비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교 교사가 자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입학사정관제 연구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 한 외고 관계자는 “고교 학사 일정과 입학사정관제 지원 시기가 잘 맞지 않는다. 기말고사 성적 입력이 7월 중순 쯤이고, 2주만에 학생과 상담해 원서를 접수해야 하는데 시간이 빡빡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라리 수시모집 1차 전형들과 입학사정관전형을 따로 진행하지 말고 같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 입장에서는 합격과 불합격의 확실한 기준이 없는 점도 불안요소다. 경남 진주 대아고 우성규 교사는 “특별한 등급을 제시하지 않으니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잣대가 부족하다.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려 해도 구체적 기준이 없어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도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발기준의 명확성이 부족하다. 전형 설명만으로는 애매하고, 합격한 학생들을 보면 확연한 기준이 있다는 생각도 안 든다”고 토로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대구 경신고 정지근 진학부장은 고교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다. 하지만 우리는 담임교사 1명이 40명 가까이 책임져야 하는데, 입학사정관전형에 중복 지원하는 학생들 추천서를 일일이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교사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제가 고교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 다듬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연희 기자 bluepress@unn.net

“대학·고교 손잡고 대입 바꿔가는 계기”
[인터뷰] 이상진 교과부 인재정책실장

- 2007년 시범운영부터 입학사정관제 시행 5년째를 맞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대입에서 많은 부분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입학사정관제 이전에는 대학들이 점수 순으로 뽑는 손쉬운 선발방식에 의존했다. 반면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선진화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대입제도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전공만족도·집중도가 높고, 중도탈락률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대학들도 이런 점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고교 입장에서도 유명무실했던 진로교육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학생들도 성적 외의 다른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원을 계속해 입학사정관전형이 완전히 정착되고, 내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규모와 대상 대학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지금 수준의 재정 지원은 계속하되 대폭 확대계획은 없다. 현재로서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에 주력할 때라고 판단한다. 대입은 국민정서상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 공정성·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지원한다 해서 모든 대학이 실시할 필요는 없다. 정부 지원은 여러 대학에 확산할 수 있는 선도·우수모형을 만드는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양적 확대보다는 입학사정관제를 내실화해 제도를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서류 검증시스템 가동, 입학사정관 출신의 사교육업체 취업 제한 등 제도 보완에 우선 힘 쏟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이런 부분을 논의하고 있으며 큰 정책 방향은 신뢰성·객관성을 확보해 제도를 뿌리내리고, 이에 맞춰 대학의 자율성·책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 입학사정관제의 장점으로 대학·고교의 눈높이를 맞춘 점이 꼽힌다.
“예전에는 대학은 대학 입장만, 고교는 고교 입장만 강변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시행을 계기로 대학과 고교 연계 활동이 늘어나고, 함께 대입을 논의해나가고 있다. 실무 차원에서 ‘중등대입연계특별위원회’를 올해부터 가동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진로진학 상담교사 대표들을 위원회에 참여시켜 대학과 고교간 채널·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사실 점수로만 학생들을 선발할 때는 고교에서의 진로교육이 불가능했다. 말 그대로 진학 상담 수준이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며 실질적 진로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장이 마련돼 현실성 있는 입시제도 변화가 가능해졌다.”

김봉구 기자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1-08-04 오후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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