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향신문 경제부장, 편집국장, 주필
문화일보 주필, 전무이사 /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현재) 상지컨경영설팅(주) 회장,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고문
* 주요 저서
- 한국의 경제관료(공저), 1979 / 거탑의 내막(공저), 1983 / 한국의 이너서클, 2002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공표하자 미국은 곧바로 유엔을 통한 결의로 평양정권을 압박해 들어갔다. 전쟁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초강경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 선거가 집권 공화당의 패배로 끝난 이후 완강하던 미국의 대북관계는 6자회담 속개로 기류가 바뀌면서 한국전 종전 선언까지 이르렀다. 뒤이어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한 자리에 앉아 ‘전 서명’을 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반북 반김’의 감정적 교감으로 뒤덮였던 서울 쪽에서 보면 미묘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보수 언론들은 북의 침략 위협과 핵공갈을 경고하고 있는 터다. 미국은 핵폐기와 사찰의 전면 수용을 전제로 하고 있어 예의 강경노선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위안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 미묘한 흐름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남과 북이 맞는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은 듯 한데 언론은 국내정치에 휘둘려 제대로 판독 기능을 잃고 있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는 미국이 펼치는 장기판에서 항시 ‘우리편 이겨라’를 외쳤다. 친미를 넘어 찬미 신앙을 구축해 왔는데, 그것이 곧 한국의 안전과 경제적 번영을 담보할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음모적 미국관 혹은 민족 이데올로기가 맞서왔지만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참담한 정치적 실패를 맛보았다. 반미 데모나 친북 세력이 정권을 잡는 일은 상상이지 실화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미국은 무엇이냐’라는 담론을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있다. 어제까지 보아온 미국의 모습이 내일도 같을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의 반미·친민족 이데올로기가 미국을 우리로부터 멀게 만들고 있을 뿐, 우리가 잘 따라주면 미국은 변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속설일 뿐이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이 되었다. 소련이 미국과의 장기판에서 공산권의 붕괴로 불계패를 인정한 이후 상대가 없어졌다. 여기저기서 도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장기판을 놓고 맞장 뜰 상대는 하나도 없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억지로 이라크를 상대편에 앉혀보았지만 어린아이 목 비트는 꼴이 되었다. 미국은 이제 게임의 상대를 길러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서 부상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과 더불어 우선 장기판을 정리해야 한다. 동반자적 관계의 성립이다. 북핵사태부터 정전협정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두 강대국은 아마도 모종의 정치적 흥정과 합의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중대한 고비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들고 있는 환경이 크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