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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보다 졸업장 받기가 더 어려웠어요"
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해룡 씨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 졸업
“저 혼자였다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그동안 저의 손과 발과 입이 되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심각한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하기도 힘든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김해룡 씨(31세). 그가 오는 15일 입학한지 4년만에 ‘뇌성마비 보치아 선수들의 경기 전 경쟁불안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을 쓰고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재활스포츠학 전공)을 졸업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김씨에게는 특히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교 통학부터가 전쟁이었다. 어머니의 도움, 친구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겨우 학교를 오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강의실 문턱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강의시간에 필기를 할 수 없어 항상 친구들의 노트를 빌려야 했고, 시험기간엔 자신을 대신해서 시험지를 작성해줄 대필자를 구해야 했다. 컨디션이 나쁠 경우 언어 구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데 몇 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1분에 20타를 치는 워드 실력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단다.

졸업논문을 쓰면서도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논문의 주제를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특히 설문조사를 할 때 선수들이 협조를 안 해서 애를 먹었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이나 심리를 보이기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공부하는데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사렛대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자신의 일처럼 도움을 준 도우미 분들께 감사하고 싶어요.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논문은 커녕 졸업도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사실 김해룡 씨는 한국 보치아 대표선수이다. 알고 보면, 그의 경력은 자못 화려하다. 1996년 애틀랜타 장애인올림픽 금메달(개인전), 1998년 뉴욕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단체전), 1999년 방콕 아태장애인경기대회 은메달(단체전),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 금메달(단체전).

김씨가 보치아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을 통해서였다. 재능이 보였는지 체육 선생님은 그에게 보치아를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권유했고 그렇게 김씨는 보치아 선수가 되었다. 피나는 노력 덕분에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쁨은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왠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느라 공부는 거의 하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졸업을 앞두고 그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상인에게도 어려운 취직이 중증장애인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공부를 좀더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학업을 하면서 2005년 12월에 창단된 나사렛대 장애인스포츠단에서 보치아 선수 겸 코치로 활동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 중 하나는 2006년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었다.

“비록 제가 장애를 가졌지만 가르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어요. 우리끼리는 작은 몸짓이나 눈빛으로 통하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코치로서 보다 중요한 덕목은 정상적인 몸이 아니라 선수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자세 아닐까요?”

김해룡 씨는 현재 2005년 11월에 창립된 자립생활센터의 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자립생활센터는 중증장애인들의 NGO 단체 같은 곳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지역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센터의 중심 역할. 여기에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철폐 운동과 함께 장애인들을 위한 상담, 필요한 각종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한다. 김씨는 자신이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립생활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자립생활센터지만 아직은 이 센터의 ‘자립’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김씨는 이 센터가 든든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밤낮 없이 뛰고 있다.

“불행하게도 신체적 장애는 극복될 수 없습니다. 거의 모든 장애인들이 평생 장애의 몸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장애인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몫을 해낼 수 있습니다. 적절한 지원과 원조가 있다면 말이죠.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적절한 지원을 해준다면 장애인들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졸업 시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졸업장이지만 김해룡 씨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보물이다.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역경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 고비를 넘었으니 새로운 도전들이 저를 기다리겠죠. 열심히 공부하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우선은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고요.”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7-02-01 오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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